[기자의 눈] "상급종합병원, 또 하나의 간판일까 새로운 패러다임일까"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1-05 17:32:46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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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제주본부 문서현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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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 제주한라병원이 보건복지부의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공모에 나섰다.

5일 오전 제주한라병원은 개원 42주년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열고 “도민이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상급종합병원 지정 공모를 알렸다.

이날 이상평 진료부장의 선언은 분명 제주 의료의 숙원에 닿아있다. 하지만. 꿈과 실현 사이의 거리는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의료는 도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공공적 사명이기 때문이다.

제주한라병원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했다. 단순한 등급 승격이 아니라 제주형 지역완결 의료체계의 출발로 정의했다. 이를 위해 수도권 빅5 병원과 공동진료센터를 만들고, 원격협진과 비대면 진료로 불필요한 원정진료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제주에 접수하면, 서울의 전문의가 협진하고, 불필요한 이동없이 정확한 치료 방향을 제시한다는 구상은 분명 환자 중심의 의료전달체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비전만큼 실행력은 냉정하게 검증돼야 한다.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빅5 의사들이 정말 내려올 수 있을까?

의료현실은 녹록지 않다. 서울의 대형병원조차 전공의 공백과 전문의 인력난으로 응급수술이 지연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과연 이들이 제주로 내려와 정기적으로 협진하고 진료를 이어갈 여력이 있을까?

공동진료센터가 ‘협약서’로만 존재하고 실제 진료는 화면 속 원격상담에 머무른다면
도민은 또 한 번 달콤한 구호에 속는 셈이다. ‘협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새로운 의존 구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또 있다. 상급병원 지정이 끝이 아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의료의 품질을 높이는 제도지만, 그만큼 인력과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병원 자체가 감당하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의 충원, 전공의 수급, 연구와 교육 기능까지 이 모든 요소가 충족돼야 진정한 상급병원이 된다. 단순히 “요건을 갖췄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도민이 느끼는 변화, 환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의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해야 ‘명칭이 아닌 체계’로 인정받는다.

제주는 지금 의료 패러다임의 분기점에 서 있다. 섬 안에서 끝내는 치료라는 비전은 휼륭하다. 많은 도민들이 학수고대하는 바이다. 그러나 비전 뒤의 구체적인 실행계획, 인력 운영의 현실, 실제 협진의 빈도와 질까지. 모두 도민의 눈으로 검증돼야 한다.

명칭에 취한 홍보가 아니라 실행에 집중한 의료개혁이 이뤄질 때 비로소 제주 의료의 ‘패러다임 전환’이 완성될 것이다.

제주한라병원의 상급종합병원 도전은 의료자립이라는 오랜 염원에 대한 도전이자 실험이다. 하지만 ‘명찰’의 유혹과 ‘현실’의 벽 사이에는 늘 간극은 존재했다.

진짜 변화는 병원의 간판이 아니라, 의사가 환자 곁에 있는 시간에서 시작된다.

이제 도민이 직접 묻고, 감시하고, 평가해야 한다. 상급병원이 아니라 ‘상급신뢰’를 세울 때, 비로소 제주 의료는 새 패러다임을 얻을 것이다.

민영뉴스통신사 국제뉴스/startto241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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