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밝힌 결승전 부진의 이유는 단순한 긴장감이 아니었다. 4강전에서 '양강'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를 꺾는 과정에서 느꼈던 '미안함'이라는 복잡한 감정이, 결승전 '부담감'으로 이어지는 '인간적 고뇌'가 있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 "스롱에게 미안했다"... 4강전 승리가 남긴 '부담감'
김상아는 4강전에서 스롱 피아비의 극심한 부진(AVG 0.561) 속 승리를 거뒀다. 그녀는 "4강전에서 스롱 선수를 상대로 이긴 것은 당연히 기뻤지만, (상대의 부진으로 이긴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 '미안함'은 결승을 앞둔 김상아에게 심리적 족쇄가 됐다. 그녀는 "상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것 자체가 선수로서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결승전에서는 (스롱의 몫까지) 씩씩하게,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밝혔다.
응원해 준 팬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 컸다. 4강전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기에, 결승에서 만회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해진 것이다.
# "팔이 굳었다"... 결승전 압박감과 불운(?)의 '럭키샷'
'즐기자'는 마음으로 결승전에 임하려 했지만, 이미 커져버린 부담감은 그녀의 몸을 얼어붙게 했다.
김상아는 "초반 긴장을 풀면서 경기를 해야 하는데, 공 배치가 계속 까다롭게 나오면서 팔이 굳었다. 그 부분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4강전의 심리적 부담감과 결승전의 기술적 어려움이 동시에 덮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를 풀어가야 할 순간마다 '행운의 득점'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한두 개는 괜찮지만 (결승에서) 너무 많이 나왔다. 집중해서 경기를 해야 하는데 계속 운 좋은 득점이 나오니 (오히려 페이스가 흔들렸다)"며 아쉬워했다.
결국 김상아에게 이번 준우승은 4강전 승리 후 느낀 '승자의 미안함'과, 그로 인해 결승전에서 짊어져야 했던 '증명의 부담감'이라는 복잡한 심리적 요인이 겹친, '인간적 고뇌'가 결국 준우승으로 남게 됐다.

<준우승 김상아 기자회견> 全文
◆ 준우승 소감.
= 2년 전 ‘휴온스 챔피언십’때 처음으로 결승전에 진출했는데, 이 대회가 저에게 좋은 기운이 있는 대회인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도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많이 아쉽다. 제 경기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쉬운 마음이 크다.
◆ 경기 초반 잘 풀리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 경기 초반 긴장을 풀면서 경기를 해야 하는데, 공 배치가 까다롭게 나오면서 팔이 굳었다. 그 부분이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다.
◆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어떻게 마음을 다잡으려 했나.
= 결승전을 앞두고는 ‘즐기자’는 마음으로 경기를 임하려고 했다. 그런데 잘 즐기지 못했다(웃음). 1세트부터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세트제인 만큼, 지난 세트는 잊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 앞서 8강전에서는 박정현(하림)의 추격을 이겨내고 승리했는데. 이번 결승전이 아쉬운 이유는.
= 심리적인 영향이 컸다. 준결승전에서 스롱 피아비(캄보디아·우리금융캐피탈) 선수를 상대로 행운의 득점이 많이 나왔다. 상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면서 경기력이 점점 나빠졌다. 이런 부분이 선수로서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은 씩씩하게 경기를 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응원하러 오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
준결승전에서 스롱 선수를 이겨서 당연히 기뻤지만, 미안한 마음도 컸다. 당연히 선수라면 그런 생각을 가지면 안 되는데, 내 경기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겹쳤다. 이번 결승전에선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 럭키샷에 대해 너무 큰 감정을 소모한 것 같은데.
= 한두개는 괜찮지만, 너무 많이 나왔다. 집중해서 경기를 해야하는데 계속 운이 좋게 득점을 하다보니 집중이 깨지고, 오히려 악영향을 받는 느낌이었다. 여태껏 시합을 하면서 행운의 득점을 이렇게 많이 해본 게 처음이었다. 그러면서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앞으로는 그러질 않으려고 한다. 이러한 감정은 선수의 자질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느꼈다. 앞으로 시합이 시합인 만큼, 앞으로는 더 내 자신에게 집중하려고 한다.
◆ 하림 소속이다. 남녀 동반 우승을 노렸을텐데.
= 하림 소속 선수로는 제가 처음으로 개인투어 결승에 진출했다. 처음으로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아쉽다. 하림 소속 선수로 처음 결승전에 올라온 선수라는 타이틀에 의의를 두려고 한다. 팀원들이 준결승에 이어 결승 때도 응원을 와줬는데 무기력하게 결승에서 져서 미안한 마음이다. 하림 소속인 김영원 선수와 응우옌프엉린(베트남) 선수가 PBA 준결승에 진출해 있는데, 두 선수 중 한 명이 꼭 트로피를 들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