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여성의 삶은 누구의 그림자도 아닙니다"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05-30 18:04:4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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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길 한국인터넷신문방송신문기자협회 회장(국제뉴스DB)
전병길 한국인터넷신문방송신문기자협회 회장(국제뉴스DB)

“제정신이 아니다.”

이 한마디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김문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를 두고 유튜브 방송에서 쏟아낸 이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를 넘어섰다. 그것은 여성을 향한 오만한 시선, 계층에 따른 차별적 인식, 나아가 여성혐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감당할 자리가 아니다?”

여성의 삶을 ‘배우자의 그림자’로 보는 시선

설 여사는 과거 전자부품 공장에서 노동조합을 이끌던 현장 노동자 출신이다. 이후 정치인의 배우자로서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함께 나눠온 인물이다. 그러나 유 씨는 이같은 삶의 궤적을 ‘제정신이 아니다’, ‘감당할 자리가 아니다’라는 식의 발언으로 싸잡아 조롱했다.

더 큰 문제는, 그 발언 속에 여성을 독립된 주체가 아닌 남편의 지위에 종속된 존재로 보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 여사를 ‘김문수의 아내’라는 틀 안에서만 평가하고, ‘고양된 존재’라고 표현한 유 씨의 언사는 오히려 여성의 존재 가치를 남성에 귀속시키는 전근대적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다.

진보를 말하는 사람이 던진 여성 혐오

그는 그동안 ‘진보’를 자처하며 약자와의 연대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진보’라는 외피 아래 감춰진 이중성을 드러냈다. 말로는 양성평등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 여성의 삶을 가볍게 여기고, 그 존재를 조롱하는 태도. 이것이 진짜 ‘진보의 얼굴’이라면, 그 본질은 결국 또 다른 특권의 언어일 뿐이다.

그녀의 삶은 수많은 여성의 자화상입니다

설 여사를 향한 조롱은 결국 그녀 한 사람만을 겨눈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곧 대한민국 곳곳에서 이름 없이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들의 존엄에 대한 침해였고, 노동자로서, 어머니로서, 정치적 동반자로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자긍심을 짓밟는 행위였다.

분노가 쏟아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성계는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반에서 유 씨의 언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성혐오이자 특권적 오만”이라며 공식 사과와 방송 활동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며, 다수의 여성단체 역시 “수많은 여성 노동자의 삶을 깎아내린 혐오성 발언”이라며 유 씨의 공적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한 가지 중요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여성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지 유시민 씨를 향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 전체를 향한 물음이 되어야 한다. 여성의 삶을 남편의 지위로, 배경으로, 외부의 평가로 재단하는 오래된 관행과 시선을 벗어나야 할 때다. 여성을 존재 자체로 존중하는 사회. 그것이 진정한 성숙의 시작이다.

유시민 씨의 발언은 그가 누구인지보다, 우리가 누구여야 하는지를 묻는 사건이 되었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태도가 변해야 할 시간이다.

여성의 삶은 누구의 그림자도 아닙니다.

그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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