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지난달 27일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후보를 최종 확정했다. 올해 골든글러브 후보는 총 81명이며, KBO 리그에서 포지션 별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 10명만이 최종 수상의 영예를 누릴 수 있다.
KBO리그 각 포지션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최고의 영예의 상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외야수 부문은 총 후보가 19명으로 선발투수와 불펜투수가 모두 포함된 투수 부문(26명) 다음으로 가장 많다. 다만, 한 포지션에서 3명의 선수를 선발하는 만큼 평균 6~7명 정도의 다른 야수 포지션 골든글러브 후보자들과 비교해 양적인 면에서 경쟁이 유독 더 치열하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올해는 각종 타이틀홀더가 외야수 부문에 즐비하다보니 질적으로는 경쟁이 더 치열한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상징성 있는 신기록을 작성하고도 골든글러브 수상을 확신할 수 없는 선수도 생겼다.
바로 롯데의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레이예스의 2024시즌 활약은 눈부셨다. 레이예스는 무려 144게임 전 경기 출전하며, 타율 0.352, 202안타, 111타점, 15홈런을 기록했다. 간결한 스윙과 컨택 능력을 바탕으로 KBO리그 최다 안타 신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2024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0월 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레이예스는 2개의 안타를 적립하며, 202안타로 2014년 서건창(올 시즌 KIA 타이거즈)이 넥센 히어로즈에서 작성한 KBO리그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201개)을 경신하고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경쟁자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우선 사실상 3명의 외야수 골든글러버 가운데 한 자리는 구자욱(삼성)이 예약한 상태다. 구자욱은 올 시즌 129경기서 타율 0.343/92득점/169안타/33홈런/115타점/13도루/출루율 0.417/장타율 0.627/OPS 0.995의 성적을 기록했다. OPS 2위-장타율 3위-타율+타점+출루율 4위에 더해 홈런 5위-안타 8위-득점 공동 10위 등 타격 전 부문에서 고르게 상위권의 성적을 올렸다.
또한 구자욱이 외야수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타격 성적을 내면서 시즌 전 중하위권 전력으로 평가 받은 삼성 라이온즈를 2위로 끌어올린 것도 많은 득표를 기대해볼만한 요인들이다. 투표 숫자가 변수일뿐 사실상 골든글러브 수상은 확정적이라고 봐도 무방한 구자욱이다.
다만 나머지 두 자리는 안갯속이다. 레이예스의 입장에서 유력한 경쟁자가 될 만한 선수인 동시에 나머지 골든글러브 2자리를 차지할 선수는 우선 3명 정도를 추려볼 수 있다.
올 시즌 KT 위즈의 미라클 행보를 이끌었던 멜 로하스 주니어가 그 첫 번째 후보다. 로하스는 올 시즌 144경기서 타율 0.329/108득점/188안타/32홈런/112타점/출루율 0.421/장타율 0.568/OPS 0.993의 성적을 올렸다. 득점+출루율 2위-안타+OPS 4위-타점 5위-장타율 6위-홈런 공동 6위-타율 7위 등의 성적을 기록한 로하스는 구자욱과 함께 TOP10 타격 지표가 가장 많은 선수이기도 하다. 외야수로 후보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1142이닝의 수비 이닝을 소화했다는 점도 확실한 가산점이다.
‘출루왕’ 홍창기(LG)도 유력한 외야수 부문으로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에 도전 중이다. 올 시즌 홍창기는 139경기서 타율 0.336/96득점/176안타/5홈런/73타점/10도루/출루율 0.447/장타율 0.410/OPS 0.857의 성적을 기록했다. 2년 연속 출루율 1위에 올랐고, 타율-득점-안타 부문에선 모두 6위를 기록했다. 상징성 있는 타이틀홀더란 기록에 더해 국내 선수 가운데선 구자욱과 함께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낸 선수 가운데 한 명인만큼 충분히 수상을 기대해볼만하다.
골든글러브 수상의 세 번째 후보로는 SSG 랜더스의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거론된다. 에레디아는 올 시즌 136경기 타율 0.360 195안타 21홈런 118타점 82득점을 기록했다. 타율 1위로 타격왕에 올랐고, 안타 2위, 타점 3위-장타율+OPS 7위를 기록하며 정확성과 장타력 및 해결사 능력을 동시에 보여줬다. 또한 SSG 역대 단일 시즌 최다 안타, 타점 기록을 달성했고, 구단 최초 타격왕에 등극하는 등 SSG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특히 KBO 10개 구단 체제 최초로 ‘전 구단 상대 3할’이라는 대기록까지 달성하며 리그 최정상급의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
레이예스를 비롯해 이처럼 강력한 3명의 후보 외에도 KIA 타이거즈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 득점 3위-도루 5위-출루율 9위 등에 오른 삼성의 외야수 김지찬과 도루왕 조수행, 롯데의 공격 첨병으로 활약한 황성빈 등도 충분히 득표를 기대해볼만한 후보들이다.
이처럼 올해 여러모로 쟁쟁한 활약을 펼친 외야수들이 많은 만큼 레이예스도 골든글러브 수상을 확신할 수 없는 처지다. 최다안타 신기록이란 상징성 있는 업적을 제외하면 오히려 유력 경쟁자들과 비교해 성적에선 미세하게 뒤처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많은 후보자들에게 투표가 분산된다면 의외의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롯데와 재계약을 맺고 기분 좋게 내년 시즌도 한국에서 뛰게 될 레이예스는 골든글러브로 올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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