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한국이 기후변화 대응 성적을 비교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최하위권인 63위를 기록했다. 산유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다.
기후변화대응지수는 독일의 비영리연구소인 저먼워치, 뉴클라이밋 연구소, 세계 기후단체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가 함께 매년 각국의 기후 대응을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사용, 기후 정책 등 4가지 부문으로 나눠 평가한 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즈음해 내는 보고서로 2005년부터 발표해 왔다. 올해 역시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COP29 중반을 지난 20일 발표했다.
한국은 63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지난해 순위는 64위였다. 한국 아래의 최하위 국가인 이란(67위)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66위), 아랍에미리트(65위), 러시아(64위)가 모두 산유국임을 감안하면 한국은 온실가스의 주 배출원인 석유·가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나라 가운데 가장 안 좋은 정책과 실적으로 보이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올해 한국의 낮은 성적의 이유로 한국 헌법재판소마저 지적할 정도로 2도 제한 온실가스 감축 경로에 부합하지 않는 국가 온실가스감축계획(NDC), 탈화석연료는 커녕 오히려 신규 석유·가스 사업을 늘리려는 투자 의지 등을 꼽았다.
얀 버크 저먼워치 상임고문을 비롯한 보고서 저자들은 “지난 8월 29일 한국 헌법재판소는 한국의 현재 온실가스감축계획이 2030년 이후 감축 계획이 없는 점 등을 들어 현재와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며 “한국은 파리 협약 경로에 맞는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하고 석탄과 가스 발전은 현재 목표(2050년)보다 앞당긴 2035년에 폐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메탄(이산화탄소 최대 80배에 달하는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 대비 30% 줄이기로 한 글로벌 메탄 서약에 가입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우선 ‘대왕고래’ 개발 계획과 같은 신규 석유 가스전 개발 계획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2050년 비중 70%를 목표로 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도입을 더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아래로 제한한다는 ‘파리 협약’을 달성하기 위한 경로를 따르고 있는 나라는 이 가운데 단 한 곳도 없었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1∼3위를 비웠다. 작년 역시 1∼3위는 빈 상태였다. 가장 기후 대응을 잘 하고 있다고 평가받은 나라는 4위의 덴마크였다. 대상 국가들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가량을 배출했다. 덴마크에 이어 좋은 성적을 받은 나라는 네덜란드(5위)였으며 영국은 전년 20위 대비 14개 계단이나 급상승하며 6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지난 2024년 7월 영국 정부가 바뀐 뒤(보수당에서 노동당 정부로 교체) 야심찬 기후 대응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한 점”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독일은 16위에 머물렀다. 중국은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 부문에서 ‘매우 낮음’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51위)에 이어 하위권(55위) 기록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도입하며 기후 대응 의지를 보였지만 아직도 연방정부 차원의 화석연료 퇴출 목표가 없는 점, 여전히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과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 등을 이유로 더 낮은 57위에 머물렀다. 세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10위 안에 든 나라는 영국과 인도(10위)뿐이었다.
보고서 저자 가운데 한 명인 니클라스 혼 뉴클라이밋 연구소 연구원은 “세계는 전환점을 맞고 있고 세계 온실가스가 최고점을 찍고 내려와야 할 시기가 가까웠으며 기후변화의 더 무서운 결과들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뿐”이라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새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유럽연합 및 가입국인 독일 등과 같은 나라의 더 강한 리더십이 특별히 필요한 시기가 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