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응원하면서 처음으로 (손)흥민 선수에게 실망이라는걸 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 홋스퍼)의 인종차별 타임라인을 지켜보던 팬 중 한 명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SNS에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손흥민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다"며 "벤탄쿠르는 분명 실수했고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뒤 내게 사과했다"는 내용의 스토리 게시글을 올렸다.

이어 "벤탄쿠르가 공격적인 의도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형제고 바뀐 것은 없다. 우리는 다가올 프리시즌에 다시 모여 '원팀'으로 싸우겠다"며 논란을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벤탄쿠르는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우루과이의 한 방송 프로그램인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해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던져 논란을 야기했다.

당시 인터뷰 진행자가 "당신의 유니폼은 이미 가지고 있으니 한국 선수의 유니폼을 달라"는 말에 벤탄쿠르는 '쏘니(손흥민)'를 언급했다. 이어 "쏘니의 사촌 것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어차피 그들(동양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며 딸을 안고 대꾸했다.

'아시아인은 똑같이 생겼다'는 전제 하에 생각없이 던져진 인종차별 발언에 한국팬과 더불어 해외팬들도 그의 SNS 계정에 몰려들어 맹렬하게 비난을 가했다. 이에 벤탄쿠르는 단 24시간만 유지되는 SNS 스토리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문을 작성했다. 해당 사과문은 현재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다.

해당 사과문에는 더불어 손흥민의 애칭 'SONNY'를 'SONY'로 틀리게 적어 논란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

인종차별적 발언에 엉성하고 성의없는 사과문에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이에 침묵을 고수하던 손흥민은 상황이 가열되자 SNS에 직접 나서 "벤탄쿠르를 이미 용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종일관 침묵으로 대응하며 '선수 간 사적 갈등'으로 끝나길 바라던 토트넘 구단 또한 얼른 손흥민의 사과문 뒤에 숨었다. 토트넘 역시 같은 날 SNS를 통해 "벤탄쿠르의 인터뷰 영상과 선수의 공개 사과 이후 구단은 이 문제에 대한 긍정적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지원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성과 평등, 포용이라는 목표에 따라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한 추가 교육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구단의 입장 발표 시기도 늦었을 뿐더러 사건 당시에는 침묵하고 있다가, 손흥민이 이를 감싸자 뒤에 숨는 듯한 회피성 대응책은 여전히 허술하기 짝이 없다.

더 나아가 벤탄쿠르를 감싼 손흥민의 SNS에는 팬들이 모여들어 비판성 의견을 제시했다.

한 팬은 "응원하면서 (손)흥민 선수에게 처음으로 실망이라는 것을 했다"며 "입장표명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나. 벤탄쿠르의 그 발언은 흥민 선수 뿐만 아니라 아시아인 전체를 인종차별하는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팬 역시 "이는 한국인과 아시아인 전체를 모욕한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공식적인 처벌이 이뤄져야 하는데 왜 또 사과 받아주고 인스타 스토리를 올려서 벤탄쿠르를 감싸주는 것이냐. 인성이 좋은 것은 알겠는데 이번 것은 그냥 넘어가면 멍청한 것이다"라고 강한 어조로 꼬집기도 했다.

다수 팬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의 '대인배적 면모'에는 존경을 표하지만 이와 별개로 벤탄쿠르의 경솔한 발언에는 좀 더 강경하게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이 가운데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사건을 인지하고 있으며 (벤탄쿠르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벤탄쿠르와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은 오는 8월 3일에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과 '쿠팡플레이 시리즈' 초청매치가 예고되어 있다.

사진= 벤탄쿠르, 토트넘, 손흥민 SNS, '포르 라 카미세타'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