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국가들, 야심찬 기후 목표에도 시민 기여 부족

[ 비건뉴스 ] / 기사승인 : 2025-03-27 14:21:24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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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부유한 국가들이 야심찬 기후 목표를 설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개인적 기여 의향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파리 협정에 따라 각국이 설정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Percentage Reduction Pledges, PRPs)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적 약속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가 반드시 국민들의 기후 행동에 대한 재정적 기여 의향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독일 올덴부르크 대학교(University of Oldenburg) 연구팀은 최근 연구를 통해 PRPs가 시민들의 기후 행동 참여와 재정적 기여 의향을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고소득 국가일수록 보다 야심찬 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개인적으로 기여할 의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23개국의 기후 공약을 분석하고, 글로벌 기후 변화 조사(Global Climate Change Survey)에서 수집된 125개국 13만 명의 개인 데이터를 활용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9%는 정부가 보다 강력한 기후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믿었지만, 자신의 소득 1%를 기후 완화에 할당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69%에 그쳤다.



특히 1인당 소득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국가일수록 정부의 감축 목표가 야심찼지만, 시민들의 재정적 기여 의향은 낮았다. 반면, 기온이 높은 국가에서는 시민들의 기여 의향이 비교적 높았던 반면, 기온이 낮은 국가에서는 보다 강력한 국가 목표를 채택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독일은 이러한 경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혔다. 독일은 2019년부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9.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며 기후 정책 이행 지수에서 123개국 중 1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재정적 기여 의향은 74위에 불과했으며, 독일 응답자의 67.9%만이 소득 일부를 기후 행동에 할당하는 것에 동의했다. 또한, 독일 응답자의 86%만이 정부의 기후 정책 강화를 지지해 전 세계 89위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기후 정책과 대중 인식 간의 긴장 관계로 해석했다. 유엔의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CBDR)’ 원칙은 기후 행동에서 형평성을 강조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윤리적 책임보다 경제적 고려를 우선시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하인츠 벨쉬(Heinz Welsch) 올덴부르크 대학교 환경경제학 교수는 “기온이 낮은 국가일수록 기후 변화의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러한 인식이 개인의 기여 의사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배출 국가의 시민들은 엄격한 기후 규제가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연구는 기후 정책과 민주적 만족도 간의 연관성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정부의 기후 목표가 시민들의 기여 의사를 초과할 때,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대중의 지지 없이 공공의 희생을 요구하는 기후 정책이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전략으로 탄소세 수익을 활용한 기후 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에 혜택을 제공하고, 대중이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후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 정책의 복잡성을 보여주며, 정부의 약속만으로는 실질적인 변화가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효과적인 기후 정책을 위해서는 정책적 접근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는 학술지 '생태 경제학(Ecological Economic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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