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뉴스=김소연 인턴기자] 최근 ESG 경영과 친환경 물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동차와 오토바이 중심의 배달 시장에 변화를 주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GRIDY’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자전거 기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며,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강송규, 김의호 대표를 만나 ‘GRIDY’가 지향하는 가치와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자전거,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배송 혁신의 핵심으로
유럽을 비롯한 해외 선진국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혁명이 활발하게 진행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일본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는 자동차 보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루어졌으며, 이로 인해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연스럽게 자전거가 도입되었으며, 도심 내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게 됐다.
반면, 한국은 6.25 전쟁 이후 경제 재건을 거쳐 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당시 정부는 ‘한 가구당 자동차 한 대 보유’를 목표로 내세웠으며, 이에 따라 모든 인프라가 자동차 중심으로 구축됐다. 이 과정에서 자전거 이용 환경이 자연스럽게 배제되었으며, 자전거를 대체하는 배달 수단으로 오토바이가 자리 잡게 됐다.
현재 국내 수송 부문에서 발생하는 교통체증과 탄소 배출량은 환경오염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신호 위반, 인도 침범, 난폭 운전 등 배달 오토바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적지 않게 언급되는 상황이다. 이에 GRIDY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자전거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여, 국내 배송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GRIDY와 두 사람의 협업
‘GRIDY’라는 회사명은 자전거 기반 배송 서비스가 목표로 하는 ‘촘촘히 연결된 시스템’의 개념에서 비롯됐다. 격자나 망을 의미하는 'grid'라는 단어에서 착안한 회사명 'GRIDY'는 자전거 기반 배송 서비스가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아이디어를 표현한다. ‘grid’는 에너지나 데이터 전송망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로, 이런 ‘망’을 활용해 효율적인 리테일 배송을 구현할 수 있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하지만 ‘GRID’라는 이름은 다소 차갑고 기계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강 대표와 김 대표는 ‘Y’를 추가해 ‘GRIDY’라는 이름을 완성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보다 친근하고 사람 중심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자전거 메신저(Messenger; 자전거 배송라이더)와의 신뢰 기반 관계를 강조하려 했다.
어울러 이 이름은 ‘GRIDY’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즉, 친환경적인 배송 수단인 자전거를 통해 지속 가능한 물류 시스템을 구현하고, 고객과 메신저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강송규 대표와 김의호 대표가 만나게 된 계기는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김의호 대표는 일본에서 자전거 메신저로 활동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강송규 대표는 한국에서 자전거 기반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강 대표가 ‘GRIDY’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하려는 당시, 그는 자전거 배송 분야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있는 파트너를 필요로 했다. 이 과정에서 김의호 대표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강 대표가 처음 김 대표에게 제안을 하였을 때, 김 대표는 의구심을 가졌으나, 추후 두 달 동안 서로의 경험과 비전을 공유하면서 실현 가능한 사업 모델로 발전하게 됐다.

GRIDY만의 차별점, “신뢰와 지속가능성”
‘GRIDY’의 배송 서비스는 고객이 앱을 통해 배송을 신청하면, 메신저는 메신저 전용 앱을 통해 해당 주문을 확인하고 수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시스템은 기존 배달 서비스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 첫째, 모든 배송을 자전거를 이용해 수행함으로써 환경오염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다. 둘째, 고객과 메신저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서비스를 운영하여, 단골 메신저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셋째, ‘GRIDY’는 단순한 배달 서비스가 아니라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자전거 메신저들이 서로 연결되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 배달 업계는 대부분 플랫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객과 배달원 간 소통의 부재로 배송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각자의 역할만 수행하는 구조가 형성되어있다. ‘GRIDY’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고객과 메신저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김 대표는 "현재 배달 시장에서는 이용자와 배달원이 각자의 역할만 수행하고, 서로의 교류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고객과 메신저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술과 문화가 결합된 자전거 배송 서비스
기존의 배달 플랫폼과 달리, ‘GRIDY’는 자전거 배송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강 대표는 “배송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물건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문제”라며, 배송이 단순한 운송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꽃 배달의 경우 단순히 빠른 배달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감성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강 대표는 “자전거 배송이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충분히 정착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본문과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출처: 이미지투데이]](https://www.casenews.co.kr/news/photo/202503/17460_38255_3455.jpg)
계절과 지형의 한계를 극복하는 GRIDY의 전략
자전거 배송 서비스에 대한 일반적인 우려 중 하나는 계절과 지형적 한계다. 겨울의 한파와 여름의 폭염, 산간 지역의 지리적 어려움, 그리고 자전거의 물리적 한계를 고려할 때, 많은 이들이 자전거 기반 배송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GRIDY’는 국내외에서 6년 이상 자전거 메신저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교육과 경험을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GRIDY’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자전거 배송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자전거는 위험하다는 편견, 멀리 빠르게 이동할 수 없다는 선입견, 놀이용으로만 적합하다는 인식 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GRIDY’는 메신저들에게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감독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며, 프로페셔널한 배달원으로서의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검증된 메신저들의 성공 사례를 콘텐츠화하여, 자전거 메신저의 정확성과 안전성, 신뢰성을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GRIDY의 도전 과제와 미래 비전
어울러 현재 ‘GRIDY’의 또 다른 과제는 자전거 메신저를 확보하는 일이다. 기존의 오토바이 배달원과 달리, 자전거 배송은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에 이에 적합한 인력을 모집하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 대표는 “처음에는 짧은 거리 배송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지역 거주민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 동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가오는 5월 ‘GRIDY’는 서울 내 5개 구(종로구, 중구, 용산구, 마포구, 서대문구)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후, 성남시 및 기타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유럽 및 일본을 중심으로 자전거 메신저 문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빠른 배송을 원하지만, 반대로 인간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흐름도 커지고 있다”며, “GRIDY는 단순한 배달 서비스가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한 “자전거 배송이 단순한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한단계씩 확장해 나가며 지속가능한 물류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와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GRIDY는 단순한 배달 플랫폼이 아니라, 하나의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라며, “환경 보호, 신뢰 기반의 서비스, 그리고 사람 중심의 배달 문화 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GRIDY’의 혁신적인 도전이 앞으로의 배달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