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면초가’ 조병규 우리은행장…손태승 데자뷰

[ 더리브스 ] / 기사승인 : 2024-11-21 14:10:2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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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조병규 행장과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 [그래픽=김현지 기자]
우리은행 조병규 행장과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 [그래픽=김현지 기자]




우리은행 조병규 행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한 검찰과 금융당국의 칼날이 조 행장을 겨누고 있어서다.



조 행장은 임기가 올해 연말로 만료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판단이 연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에서는 올해만 네 번째 금융사고가 잇따랐다.



현재로선 자진 사임 의사를 밝힐지는 미지수로 보이나 조 행장이 마주한 상황은 과거 손 전 회장의 용퇴를 떠오르게 한다. 손 전 회장은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 등 법적 리스크와 금융당국의 압박에 연임을 사실상 포기했다.





피의자 전환된 조병규 행장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가 지난 18일과 19일 양일간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과 우리은행 조 행장의 사무실 그리고 우리은행 본점 대출 관련 부서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조 행장을 피의자로 명시했다. 조 행장이 손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해 부당대출이 이뤄졌음을 알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에서다. 현재 조 행장은 특정경제범죄처벌법 12조 보고의무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은 현 경영진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부당대출 관련 내부 문서와 결재기록 및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에는 검찰은 손 전 회장의 자택을 비롯해 전현직 관계자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금융감독원도 18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정기검사 기간을 일주일 연장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8월 ‘은행 대출취급 적정성 관련 수시검사 결과’를 통해 우리금융 손 전 회장 친인척에 42건 총 616억원 규모의 대출이 실행됐다고 공시했다.



금감원은 해당 대출건 중 28건인 350억원은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부적정하게 취급됐다고 판단했다. 또한 7월 기준 전체건 중 19건은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됐다고 봤다.





우리금융 이사회, 조 행장 연임 결정할까






우리금융지주. [그래픽=김현지 기자]
우리금융지주. [그래픽=김현지 기자]




검찰과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짐에 따라 금융업계의 관심은 우리금융 이사회로 향하고 있다. 이번에 피의자로 전환된 조 행장의 임기가 올해 연말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이사회는 21일과 22일 이사진 간담회와 정기이사회를 진행한다. 정기이사회에서는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안건인 조 행장을 포함한 자회사 7곳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 등이 상정될 예정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5조 임원의 자격요건에 따르면 금융관계법령에 따라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임원이 불가하다.



다만 다만 특정경제법에 해당하는 조 행장의 경우는 금융관계법령엔 해당되지 않아 우리금융 이사회가 조 행장의 연임을 결정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는 걸로 알려졌다. 특정경제법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보고의무 등)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법령을 위반한 사람은 최대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조 행장의 연임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앞서 조 행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올해는 전문성, 능동성, 도덕성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경영목표와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요 전략으로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도 강조했다.



올해만 해도 우리은행에서 총 4번의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월 대리급 직원의 180억원 횡령과 8월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부적정대출, 지난달에는 55억원 상당의 허위서류로 인한 대출이 적발됐으며 이달에도 2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또 터졌다. 조 행장이 강조한 도덕성과 내부통제가 무색해진 셈이다.





금융당국 압박에 떠오르는 손태승 회장





연임이 논의돼야 하는 시기에 금융사고들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조 행장의 상황은 지난해 1월 우리금융 손 전 회장의 용퇴를 떠오르게 한다. 손 회장은 라임펀드 중징계 등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고 4년의 임기 끝에 연임을 포기했다.



손 전 회장은 지난 2022년 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중징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그러나 라임펀드에 대한 불완전판매 중징계 제재는 결국 털어내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손 전 회장에게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책임이 있다고 봤다. 우리은행이 라임펀드 부실 상황을 알고도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규모인 3577억원을 판매한 점은 자본시장법 부당권유 금지 조항을 어겼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라임펀드 판매 당시 손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역임하고 있었다는 점도 책임론에 무게를 더했다. 행위자가 다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임직원에 대한 감독 책임은 당시 행장이었던 손 전 회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 2022년 11월 손 회장에게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를 확정한 이후 DLF 승소에 힘입어 취소소송을 제기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금융위원장이 소송을 자제하라는 의미의 발언을 하면서 사퇴 압박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은 당시 “손 (전) 회장에게 라임펀드에 대한 책임이 명확하게 있다”라며 소송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도 “DLF 제재 취소소송과 달리 지금은 급격한 시장변동으로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때”라며 “당사자(손 전 회장)이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지민 기자 hjm@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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