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부상이라는 변수로 안개가 가득했던 김하성의 FA 시장에도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 분위기다. 시즌 개막은 뛰지 못하더라도 시즌 초반에는 돌아올 수 있다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김하성이 빠른 결단을 내린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김하성은 몇 차례 재활 시도가 성공하지 못하자 10월 바로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은 어깨 부상으로 재활하는 선수들이 보통 가장 마지막에 택하는 최후의 선택이다. FA를 앞두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김하성은 결단을 내렸다.
현재까지는 경과가 좋다. 긍정적인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선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단장 회의 현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의사가 상태를 살펴봤고, 필요한 일을 했으며 우리에게 예상 복귀 시기도 알려줬다. 1월이면 타격을 할 것이고, 4월에는 경기를 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무리 늦어도 5월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수술을 집도한 닐 엘라트라체 박사와 얘기를 나눴다고 밝힌 그는 “만약 김하성이 아주 재활이 잘 진행된다면 5월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며 복귀 시기를 예상했다.
프렐러는 이어서 “김하성에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 10년간 뛸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아주 긴 커리어를 소화할 선수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서 (복귀 시점이) 5월 1일이냐 6월 1일이냐를 따지는 것보다는 확실히 건강한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빅리그 커리어의 두 번째 장도 아주 생산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더했다.
의견이 살짝 엇갈리지만, 양 쪽 모두 전반기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모습이다.
최악의 경우는 아니다. 그렇다고 최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최상의 경우는 그가 다치지 않고 시장에 나온 것이었다. 부상이 FA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할 수 없다.
프렐러 단장은 “부상이나 수술 이력은 우리 계산에 언제나 포함되기 마련”이라고 말하면서 김하성의 어깨 부상이 FA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을 인정했다. 이미 그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김하성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면서도 “김하성은 정말 성실한 선수이기에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재계약 의지에는 변함이 없음을 힘주어 말했다.
지난 4년간 김하성과 함께했던 샌디에이고는 몇 차례 그를 붙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음에도 여전히 재계약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시장 상황도 나쁘지 않다. 아직 정확한 온도를 측정하기에는 이른 시기지만, 온도가 서서히 달궈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보라스는 중앙 내야수 시장의 공급이 부족함을 언급하면서 여러 팀들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이야기가 오늘날 주는 교훈은 모두가 그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성 힘(Him)’이다”라는 말로 시장의 관심을 표현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전부터 김하성의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되던 팀이다. 그의 ‘절친’ 이정후가 뛰고 있고,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났던 시기 감독이었던 밥 멜빈이 팀을 이끌고 있다.
버스터 포지 신임 자이언츠 사장은 이번 단장회의에서 아예 유격수 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음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샌프란시스코가 유격수 FA 최대어 윌리 아다메스를 최우선 영입 목표로 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이 아다메스 영입에 실패할 경우, 그 뒤에는 김하성이 있다.
포지 사장은 이번 단장 회의 현장에서 흥미로운 말을 남겼다.
그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유격수를 찾는데 있어 수비를 먼저 볼 것인가, 공격을 먼저 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단은 어떤 옵션이 있는지 보겠다”고 말하면서도 “수비가 최우선이 되겠지만, 공격도 중요하다”며 수비에 조금 더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김하성은 아다메스와 비교해 타격은 떨어지지만, 수비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지난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유격수로서 2292이닝을 소화하며 +15의 DRS(Defensive Runs Saved)를 기록했다. 이 기간 유격수 수비를 2000이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리그 전체에서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반면 아다메스는 같은 기간 3888이닝을 소화하며 +1에 그쳤다.
포지 사장의 말만 놓고 보면, 이들이 김하성에게 관심이 더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어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와 김하성의 궁합이 잘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FA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
이들에게는 유격수를 보강할 수 있는 다른 길도 존재한다. 트레이드가 그것이다. 포지 사장은 “(FA와 트레이드) 두 가지 길을 모두 살펴볼 것”이라 말했다.
[샌안토니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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