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소기업 재기 막는 무보?…수출보증 발급 갑질 논란

[ 더리브스 ] / 기사승인 : 2024-09-06 09:03:34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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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지·황민우 기자]
[그래픽=김현지·황민우 기자]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재기를 꿈꾸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과거 회생절차 등의 전력이 있는 중소기업에 수출보증을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6일 더리브스 취재에 따르면 기업회생 절차를 졸업하고 3개년 흑자를 내고 있는 중소기업 A사는 최근 무보로부터 수출보증 발급을 거절당했다. 회생기업이란 꼬리표가 발목을 잡았다.



다른 중소기업 B사도 수년전 회생에서 파산 절차까지 진행됐다가 신설 법인으로 수출을 통한 재기에 나섰지만 무보로부터 이전 빚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을 뿐 수출보증 발급은 거부됐다는 주장이다.





회생기업 낙인 괴로운 국내 중소기업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회생기업이 사실상 회생에 성공했다고 해도 그 꼬리표를 떼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무보가 회생기업에 수출보증을 내주는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구조조정이나 회생 등으로 한번 낙인이 찍혔다면 수출보증 신청 자체가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관련 문의를 하면 수출보증 담당자가 구두 상으로 먼저 거절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회생을 겪었거나 하는 기업들은 구두 상으로 먼저 거절부터 당하기 때문에 서류부터 내기 힘들다”며 “문서에 거부당한 자료가 남으면 보증을 받기 어렵다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신청 자체도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 기준이 있다고는 하지만 담당자를 잘 만나야 한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라며 “과거에 이미 주식·채권 등으로 부채를 상환했는데도 이를 빌미로 빚을 갚으라며 수출보증은 내주지 않으니 수출 기업이 재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수출보증 못 받아 중국 기업에도 밀려





이는 국가적인 손해로도 연결된다, 최근 반도체를 제외한 15대 주요 수출품목에 대한 수출이 석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중국기업들의 물량 공세로 인해 국내 기업이 경쟁력에 타격을 입는 양상도 나타났다.



실제로 B사는 최근 해외 거래업체로부터 중국 무역보험공사에서는 크레딧(신용) 보증을 제공하기 때문에 중국기업과 거래하겠으며 한국기업 역시 공사에서 보증을 받으면 거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B사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중국기업들은 자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뒤로 밀리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 재기에 나선 기업들은 수출보증을 받기가 어려워 실제로 반도체를 제외한 경쟁력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건 무역보험공사가 결자해지 해줘야 한다고 본다”며 “수출을 많이 해서 세금을 많이 내면 국가경제에 좋은 일이니 과거의 족쇄는 풀어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무보 “채무 남아있으면 보증 막아놔”






한국무역보험공사. [그래픽=김현지 기자]
한국무역보험공사. [그래픽=김현지 기자]




무보는 5일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중소기업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보증·보험료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함께 무역보험 보험료를 지원하고 수출과 관련한 종합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중소기업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오랜 기업 운영 중 회생절차 등을 겪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로 해외 진출 활성화 길목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회생기업에는 보증을 내주는 게 어렵다는 인식이 남아있는 모습도 엿보인다.



무보 관계자는 회생기업에는 보증을 내주는 절차가 까다로운 지에 관한 더리브스 질의에 “조건이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다”면서도 “회생기업은 내부 인수부서에서 등급을 책정하는데 등급 부분에서 내규상 안 맞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안 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어떤 기업이 회생까지 갔다는 건 사실상 워크아웃이나 이런 걸 고려하면 상당히 재무적으로 안 좋을 수밖에 없어 저희 뿐 아니라 어디든 비슷할 것”이라며 “은행에서 개인으로 치면 압력 딱지를 붙이고 대출해주지 않는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회생기업이 당연히 회생에 성공하고 재무구조가 좋아지면 당연히 거절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회생에 들어갔다는 건 내부 체질 개선이 우선이지 뭔가 보증서 쪽은 아직은 조금 이르지 않나 생각이 있다”라고 말했다.



무보에 따르면 기업이 회생을 졸업하는 데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회생계획안에 따라 채무를 전액 감면했거나 수년에 걸쳐 분할 상환한 경우다. 다만 후자의 경우 회생 변제가 100%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최근에는 법원이 회생 조기졸업을 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보증 등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무보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전자의 경우 전액 상환을 했다면 보증지원을 할 수 없는 등급으로 묶이는 등의 제한 사항은 없는데 후자의 경우 채무가 남아있다면 공사 입장에선 여전히 채무 상환이 안 된 상황이기에 신규로 보증 등의 제도를 쓰지 못하게 막아놓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수출에 보증 문제로 지장이 생긴 기업들을 위한 대책이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는 이 관계자는 “공사 차원에서 별도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과거보다 규정이 많이 완화돼서 재기 지원을 위해 성실하게 분할상환이나 회생계획안에 따른 상환을 완료한 업체들은 제도 이용에 장애가 없도록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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