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세트스코어 1:3, '스페인의 전설'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는 챔피언십 포인트까지 단 한 세트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3세트 하이런 14점을 허용하며 무너진 18세 소년. 지켜보는 모두가 패배를 예감한 그 벼랑 끝에서, 소년의 '용광로'는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휴온스 PBA 챔피언십' 결승전은 18세의 김영원(하림)이 33년 선배인 51세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의 '관록'에 버금가는 '강철 멘탈'을 선보인 무대였다. 1:3의 절망적인 스코어를 4:3(13:15, 15:8, 4:15, 7:15, 15:7, 15:5, 11:7)으로 뒤집은 대역전극은, 김영원이 단순한 '최연소 챔프'가 아닌 '차세대 황제'임을 증명하는 대관식이었다.

# "첫 우승은 독(毒)이 됐다"... '초심'이 만든 AVG 2.050
이번 대회가 김영원의 '환골탈태'를 상징하는 이유는 단지 우승컵 때문만이 아니다. 그가 128강부터 결승까지 7경기를 치르며 기록한 대회 누적 애버리지 2.050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움'에 가깝다.
이는 지난 2024-25시즌과 올 시즌(2025-26)을 포함한 최근 15개 PBA 투어에서 단 3번만 나온 '꿈의 기록'이다. (2024-25 3차 산체스 2.053, 2025-26 2차 마르티네스 2.027) '4대 천왕'과 'PBA 챔프'의 영역에 18세 소년이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은 그가 얼마나 '천재적 소질'을 지녔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환골탈태'의 비결에 대해 김영원은 "비결은 없지만, 첫 우승 후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기존에 하던 당구와 달라져 혼란이 왔고, 슬럼프까지 이어졌다"며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을 먹고 원래 경기하던 스타일대로 돌아가 공을 쳤다"고 밝혔다. 기나긴 부진의 터널이 '초심'이라는 해답을 찾게 했고, 이는 경이로운 애버리지로 증명됐다.


# "1:3, 지고 있으니 이기고 싶었다"... 18세의 강철 멘탈
김영원의 진정한 무서움은 '기술'이 아닌 '멘탈'에서 나온다. 그는 1:3으로 몰린 벼랑 끝에서 흔들리지 않고 5, 6세트를 15:7, 15:5로 가져왔다. 그리고 운명의 7세트, 4이닝 만에 11:7로 '전설'의 항복을 받아냈다.
경기 후 그는 "상대가 (평소 우상인) 산체스 선수인 만큼, 이긴다는 생각보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들어갔다"고 했다. 하지만 1:3으로 뒤진 순간의 심정에 대해서는 "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기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이 '강철 멘탈'이 되어 18세 소년을 벼랑 끝에서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다.
그는 "건강이 좋지 않으신 작은 할아버지께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 부분이 가장 기쁘다"며 개인적인 동기부여가 큰 힘이 됐음도 밝혔다.

# "한국 당구 세대를 젊게 만들고 싶다"... '전설'의 서막
18세의 나이에 이런 '강철 멘탈'로 대역전승을 거뒀다는 사실은 PBA의 미래에 엄청난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현재 PBA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하는 '튀르키예 매직' 세미 사이그너(웰컴저축은행)의 나이는 61세다. 산술적으로 김영원은 앞으로 40년 이상 최정상의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다. (두 선수의 나이 차는 정확히 43년이다.)
김영원은 "지금이 (첫 우승보다) 훨씬 기쁘다. 저의 '우상' 산체스 선수를 상대로 이긴 만큼, 저와 같은 어리고 젊은 선수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만약 스스로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수십 년 뒤 PBA의 모든 기록은 '김영원'이라는 이름 석 자로 도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 당구의 세대를 더욱 젊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만큼 더 책임감을 갖겠다"는 18세 챔피언의 다짐은, 향후 40년을 지배할 '전설'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