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은 보졸레 누보 데이 (Beaujolais Nouveau Day)로 금년은 11월 21일이다.
2차 세계대전 뒤 포도주를 빨리 마시고 싶어하던 보졸레 지방 사람들이 9월에 수확한 포도를 알갱이 그대로 통에 담아 1주일 정도 발효시킨 뒤 4~6주 동안 숙성시킨 후 마셨으며 원료는 보졸레 지방에서 재배하는 레드와인용 가메(Gamay) 품종이 거의 대부분이다. 오래 저장한 포도주에서 맛볼 수 있는 깊은 맛은 없지만 향이 짙고 쓴 맛이 덜한 것이 특징이다.
원래는 보졸레 지역의 가족 또는 이웃끼리 가벼이 마시는 지역 행사였으나 1951년 프랑스 정부가 '원산지 통제 명칭 (AOC)' 제도를 도입하면서 상업적인 판매가 이루어 졌다. 프랑스에서는 그해 생산된 와인은 12월 15일 이전의 출시를 금지했지만 1951년부터 일부 지역에 한해 출시가 허용되었다. 이떄 보졸레의 와인 생산업자들은 11월에 출하하는 자신들의 와인을 '가장 신선하게 마시는 햇(누보=Nouveau=New) 와인'이라고 소개하였다.
1970년대에 조르주 뒤베프 (Georges Duboeuf)라는 와인 생산자가 보졸레 누보를 단순히 빨리 마실 수 있는 와인이 아닌, 축제의 중심으로 변환시키며 보졸레 누보 데이를 만들고 전세계에서 동시에 출시되도록 만들었다. 이후 1985년에 11월 셋째 목요일에 동시 출하되도록 날짜를 정하였다.
빨리 운송해야 하기에 주로 항공으로 운송되어 퀄리티 대비 가격은 높은 편이다.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좋지 않았던 과거에는 와인상인들이 각나라에 보졸레 누보를 빨리 들여오기 위하여 일종의 '경주'까지 치뤘으며 '얼마나 빨리 도착할까' 자체가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이 당시 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é! (보졸레 누보가 도착했다!) 라는 문구가 유행하기도 했다.
한국에 수입되는 주요 생산자로는 알베르 비쇼(Albert Bichot), 조셉 드루앙(Joseph Drouhin), 조르쥐 뒤뵈프(Georges Duboeuf) 등이 있는데 사실 맛의 차이는 그다지 없다고 하니 페어링을 신경쓰는게 더 좋을 것 같다. GS25나 대형 마트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GS25의 경우 2002년부터 23년째 조르쥐 뒤뵈프의 보졸레 누보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보졸레와인 협회 (Inter Beaujolais)는 보졸레누보 와인에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과거 50년간 고수해온 전통적인 포스터에 변화를 줬다. 이는 벤 보티에(88)가 직접 디자인한 포스터로 보졸레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 받은 바 있다.
프랑스 현대 미술 작가인 벤 보티에가 직접 디자인한 포스터로 보졸레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 받은 바 있다. 벤 보티에는 “ 누보가 그 명성에 걸맞는 특별한 와인으로서 찰나적인 즐거움과 축제분위기를 한껏 살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벤 보티에는 1961년 다다이즘과 존 케이지, 마르셀 듀샹의 영향 아래에서 탄생한 플럭서스 운동 (예술과 일상 생활의 경계를 무너뜨리려는 장난스럽고 실험적인 접근 방식)을 대표하는 예술가 중 하나로 광주 비엔날레에 참여했던 경력도 있다.
애처가로 유명했던 벤 보티에는 2024년 금년 6월에 아내 애니 보티에가 뇌졸증으로 사망하자 몇시간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아내를 바로 따라간 것으로 그의 순애보를 알리기도 했다.
보졸레 누보는 1990년대 초반에 일본에 알려졌고 2010년에 신의 물방울 작가와 콜라보한 라벨을 붙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1999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고 2010년에 허영만 화백의 그림을 라벨에 붙였다.
보졸레 누보에 대한 과대 포장 이미지가 벗겨지는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보졸레 누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무 이유없이 옥토버페스트를 즐기듯 와인러버들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행사나 축제로 여기면 좋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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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
미술과 술 컬럼니스트 신종근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1,2권 저자
유미주의 화가들 모임인 클럽 유미주의 자문위원
미술 전시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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