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손흥민을 언급하며 인종차별 발언을 한 벤탄쿠르에게 강력한 징계를 내렸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장 정지와 10만 파운드(한화 약 1억 7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며 “벤탄쿠르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독립 규제 위원회가 청문회까지 거친 끝 규정 위반을 확인 및 판단하고 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벤탄쿠르는 의무 대면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벤탄쿠르가 일으킨 몰상식한 일은 2023-24시즌 종료 후 발생했다.
당시 진행자가 “한국인 유니폼을 구해줄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벤탄쿠르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손흥민? 손흥민이 아니라면 그의 사촌 유니폼은 어떤가. 어차피 아시아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
벤탄쿠르의 주장에 따르면 ‘가벼운 농담’으로 내뱉은 말이지만 ‘인종차별’적 발언인 것이 분명했다.
벤탄쿠르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뒤 부랴부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했다.
벤탄쿠르는 “손흥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내가 한 말은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 나는 손흥민을 사랑한다. 절대 그를 무시하거나 상처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고 했다.
손흥민이 대인배의 면모를 보여줬다.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우린 형제”라면서 그를 감쌌다.
토트넘 홋스퍼는 이 문제를 최대한 덮으려고 애썼다.
토트넘은 구단 공식 SNS를 통해 “벤탄쿠르를 용서한 손흥민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손흥민과 벤탄쿠르가 다시 하나로 뭉쳐 2024-25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추가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토트넘은 벤탄쿠르에게 별도의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달랐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철저한 조사 끝 벤탄쿠르에게 징계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공개한 징계 회의록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핑계와 변명만 늘어놨다.
벤탄쿠르는 토트넘을 통해 “내가 했던 말은 손흥민을 인종차별한 진행자를 부드럽게 꾸짖기 위한 것”이란 황당한 주장을 폈다.
이어 “당시 진행자는 손흥민을 한국인이라고 칭했다. 아시아인을 일반화하려는 말이었다. 나는 이를 꾸짖기 위해 부드럽게 돌려 말한 것”이라고 했다.
벤탄쿠르의 주장을 정리하면 자신은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게 아니란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벤탄쿠르는 인종차별 후 손흥민에게 했던 사과까지 뒤엎었다.
벤탄쿠르는 “내 말에 대한 사과가 아니었다”며 “인터뷰의 일부만 편집돼 보도된 것에 대해 손흥민에게 사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벤탄쿠르의 주장만 보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선수에게 아무런 징계조차 내리지 않고 방관한 토트넘도 이해하기 어렵다. 토트넘은 우승과 거리가 먼 팀이지만 유럽 빅클럽에 속하는 구단이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토트넘과 달리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벤탄쿠르의 구차한 변명과 거짓 사과 등을 모두 들은 뒤 만장일치로 벤탄쿠르의 징계를 확정 지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모든 상황을 철저히 고려하여 독립 규제 위원회가 벤탄쿠르의 징계를 결정했다. 우린 객관적인 사실만 놓고 징계를 내렸다”고 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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