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의 안방마님 박동원(LG 트윈스)는 고개를 숙였다.
박동원은 2024 WBSC 프리미어12에서 한국 대표팀의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올 시즌 130경기 타율 0.272 118안타 20홈런 80타점 58득점을 기록하며 LG의 가을야구 진출에 힘을 더한 박동원은 34세 나이에 국가대표 데뷔의 꿈을 이뤘다.
성적도 좋았다. 1차전 대만전서 1안타 1타점을 기록한 박동원은 2차전 쿠바전에서도 1안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3차전 일본전에서는 일을 냈다. 일본 선발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를 상대로 홈런을 뽑아낸 것. 국가대표 데뷔 홈런이다. 다카하시는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는 물론 양대리그 평균자책점 1위. 다카하시는 올 시즌 21경기 12승 4패 평균자책 1.38을 기록했다. 주목할 부분은 143.2이닝을 던지는 동안 피홈런 단 1개였다. 다카하시는 9월 10일 야쿠르트와 경기에서 무라카미에게 내준 홈런이 유일한 피홈런이었는데, 그로부터 66일 만에 박동원에게 홈런을 맞았다. 4차전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도 2안타를 쳤다.
호주전은 김형준(NC)에게 마스크를 넘기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을 응원했던 박동원은 호주전 종료 후에 “정말 꿈만 꾸던 게 이뤄졌는데 많이 아쉽다. 기대도 많이 하셨을 텐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다음에 기회가 올지 안 올지 모르지만, 온다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 잘하겠다. 한국 야구가 강하다는 걸 보여주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국가대표 자리는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자리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크다. 더 잘해서 일본을 갔어야 했는데, 못 가서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아쉬워했다.
일본프로야구 양대리그 평균자책점 1위 투수 다카하시를 상대로 홈런을 치는 등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대회였지만, 팀 성적이 좋지 못하다 보니 웃을 수가 없다.
박동원은 “일본-대만에 졌으니 드릴 말씀이 없다. 그래도 강한 팀들을 상대로 허무하게 지지는 않은 것 같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진 게 아쉽다”라며 “나만 잘해서 일본을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팀이 잘해야 된다. 형으로서 동생들을 이끌지 못했다. 내 책임이 크다”라고 자책했다.
그렇지만 희망도 봤다. 박영현(KT), 김서현(한화), 김택연(두산) 등 젊은 투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박동원도 “정말 좋은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야구에 큰 발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 더 성장해 국제 대회에 나간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본다. 다음 대회를 기대해 주신다면, 훨씬 더 좋은 성적이 있을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타이베이(대만)=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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