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표는 지난 13일 대만 타이베이시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대만과 1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아쉬운 투구 내용을 보여주며 강판했다.
고영표는 천천웨이와 린 리를 공 3개로 땅볼 처리한 후 천제시엔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린안커를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했다.
그러나 2회가 문제였다. 선두타자 주위센을 1루 땅볼로 처리했다. 판제카이의 안타성 타구를 2루수 송성문이 몸을 날려 잡아 1루로 송구했으나 아웃카운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린자정을 삼진으로 돌렸으나 리카이웨이가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가며 2사 1, 2루가 되었다. 이후 장쿤위에게 스트레이드 볼넷을 허용하며 2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최일언 투수코치가 올라와 흐름을 끊었다.
하지만 고영표는 천천웨이에게 만루홈런을 맞았다. 이어 린 리에게 2루타를 맞았고, 천제시엔의 투런홈런이 터지면서 대만이 2회에만 6점을 가져갔다. 모두 좌타자에게 맞은 홈런이었다.
고영표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아쉬운 수치. 고영표는 올 시즌 18경기 6승 8패 평균자책 4.95에 그쳤지만 부상 때문에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선발승을 따냈고, 이 기간 WAR 15.87, QS(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63회를 기록하는 등 각 부문 1위에 오른 고영표를 생각하면 아쉽기만 하다.
고영표는 미안한 마음에 한밤중에 자신의 블로그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고영표는 ‘팬분들께’라는 제목을 시작으로 “아쉬운 경기 보여드려 팬분들, 그리고 팀 동료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팬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오늘 경기 잊지 않고 계기로 삼아 좋은 선수, 좋은 투수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늦은 밤까지 응원해 주셔서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14일 쿠바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고영표는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일일이 답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메시지였다. 그래서 댓글을 남겼다. 감사한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ABS 시스템이 없다. 오로지 주심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 그래서일까, 평소였으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을 공이 볼로 판정되었다. 고영표도 이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고영표는 “아쉬운 경기였다”라며 “핑계 대고 싶지 않지만 그런 게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기억에 남긴 한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만루홈런을 맞은 후에 상대 흐름을 잘 끊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라며 “빨리 아쉬운 부분 잊고 흐름과 리듬을 찾겠다. 좋은 경기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만들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고영표는 18일 오후 1시에 열리는 호주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타이베이(대만)=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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