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4 삼국지 소설 및 인물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령 및 직급에 따라 삼국지 주요 인물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모습이 변화함에 따라, 직장인들이 삼국지 인물에게서 찾는 리더십의 가치도 달라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77.7%)이 삼국지를 인생에서 꼭 한번쯤 읽어봐야 할 소설이라고 평가한 가운데, 주요 등장인물 중 유비(세력)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래프 참조). 실제 직장 내 상사로 적합한 인물로도 유비(42.5%)를 가장 우선적으로 꼽았으며, 특히 연령(20대 37.6%, 30대 37.2%, 40대 42.0%, 50대 53.2%) 및 직급이 높은 응답자를 중심으로 유비(세력)의 리더십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평사원 43.4%, 대리급 37.0%, 과/차장급 41.1%, 팀/부장급 48.3%, 임원급 50.0%).
이는 유비가 지닌 ‘포용력’과 ‘겸손함’이 신뢰받는 리더십의 자질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유비가 ‘리더’에 적합하다고 평가한 이유로 주변 인재를 잘 대우하고(45.2%, 중복응답), 주변의 조언과 충언을 귀 담아 들으며(44.7%), 신중하고 겸손하다(36.9%)는 점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조직 내에서 구성원 간의 조화를 이끌어 내는 리더십이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단, 유비의 리더십에 대해 사람은 좋지만 현실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50.7%(2020) → 57.6%(2024))는 평가가 이전 조사 대비 소폭 증가한 가운데, 상사로 적합한 삼국지 인물로 조조를 응답한 비율(21.9%(2020) → 28.4%(2024))이 한층 높아진 모습을 보인 점은 주목할 만한 결과였다. 조조를 상사로 선호하는 이유로 목표와 전략을 뚜렷하게 알고 있고(54.9%, 중복응답), 냉철하다(31.3%)는 점을 주로 꼽은 만큼, 목표 지향적이고 성과 중심적인 리더십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불확실성이 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경쟁력을 빠르게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조조와 같은 성과 지향형 리더십이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체 응답자의 상당수가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호감도는 매년 트렌드에 따라 변하는 것 같다(58.4%, 동의율)고 평가한 만큼, 리더십에 대한 호감도 역시 시대적 변화와 사회 분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었다.
고연령층, “나를 인정해주는 ‘유비’같은 리더십과 일하고 싶어”
저연령층, “나를 중요한 역할로 사용하는 ‘조조’ 리더십 따르고 싶어”
삼국지 인물에 대한 선호도는 조직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도 확연이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고연령층의 경우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라면, 회사에서 조용히 실력을 쌓는 시간이 중요하고(20대 55.6%, 30대 62.0%, 40대 66.4%, 50대 68.4%),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업무, 사내정치 등 다양한 작업을 집중해서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는 경향(20대 53.6%, 30대 61.6%, 40대 58.0%, 50대 66.4%)이 타 연령층 대비 뚜렷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조직 내에서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때문인지 이들 세대를 중심으로 무능해 보여도 인간적인 유비가 좋고(20대 40.8%, 30대 39.6%, 40대 44.0%, 50대 56.8%), 성공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를 인정해주는 유비 같은 리더와 일하고 싶다(20대 40.0%, 30대 43.6%, 40대 40.8%, 50대 56.4%)는 응답이 높게 평가되는 등 인간적인 유비 리더십을 보다 선호하고 있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반면, 저연령층은 상대적으로 이직, 창업 등 새로운 도전에 대한 니즈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같은 사회분위기라면, 내 실력을 인정하는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라고 생각하거나(10대 54.0%, 30대 54.0%, 40대 40.4%, 50대 35.2%), 과감하게 회사를 정리하고 나만의 사업(일)을 시작할 때라고 생각한다(20대 30.4%, 30대 29.6%, 40대 17.2%, 50대 16.4%)는 응답이 두드러진 특징을 보인 것으로, 안정적인 조직 생활보다는 개인의 성장과 도전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큰 목표와 계획 속에서 나를 중요한 역할로 사용해주는 조조 같은 리더십을 따르고 싶고(20대 51.6%, 30대 58.8%, 40대 52.8%, 50대 45.2%), 성과를 내는 조조를 존경한다(20대 46.4%, 30대 54.0%, 40대 50.8%, 50대 40.8%)는 데에 높은 공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결국 삼국지 인물에 대한 선호도는 세대별 리더십 이상형에 대한 차이를 반영한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리더 스타일 선호도, 차이 뚜렷하지 않은 편
‘손권’ 스타일 리더십 선호도 36.7%
전반적으로 삼국지 등장인물 중 유비, 조조의 리더십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었으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유비, 조조, 손권의 이름을 가린 채 각각의 리더십 유형만으로 선호하는 리더 스타일을 평가한 결과, C 유형, 즉 ‘손권 스타일’의 리더십을 선호하는 비율이 36.7%로 평가된 것으로, 상사로 적합한 인물로 손권을 꼽은 비율(8.3%)이 낮게 나타난 결과와는 대조적인 결과였다.
이름이 드러난 조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신중하고 겸손하지만, 안정감이 있는 리더’로 평가되었을 때의 선호도는 비교적 높게 평가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유비와 조조는 삼국지 등장인물 중 널리 알려진 인물로서, 각각 포용력과 성과 지향적인 리더십의 대표 인물로 여겨지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손권의 경우 그의 리더십 스타일이 명확히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손권의 리더십은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배우려 하지만,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지키는 유연한 리더십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손권의 리더십은 조직에서 다양한 상황과 관계를 조율하고자 하는 지금 현재의 직장인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특성으로 보인다. 이처럼 손권의 리더십이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된 결과는, 단순한 성과 중심이나 포용력만이 아닌, “업무에 대한 인정”과 “안정감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