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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주진노 기자)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첩보 영화 시리즈인 제임스 본드007이 역사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는 지난 20일(현지 시간), 007 시리즈를 60년 넘게 이끌어 온 바버라 브로콜리와 마이클 G. 윌슨이 프랜차이즈에서 한 발 물러나며, 앞으로의 제작 주도권이 아마존 MGM에 넘어간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영국 영화의 자존심이라 불렸던 007 시리즈가 사실상 미국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007, 이제 영국이 아닌 미국에서 제작되나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바버라 브로콜리와 마이클 G. 윌슨은 최근 아마존 MGM과의 협상을 통해 프랜차이즈의 공동 소유권은 유지하되, 실질적인 창작권은 아마존 MGM이 행사하도록 합의했다.
아마존은 2021년 MGM을 85억 달러(약 11조 3,000억 원)에 인수하며 007 시리즈의 배급권을 확보했지만, 기존에는 프랜차이즈의 50%만 보유한 ‘소극적 파트너’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계약으로 인해 007의 창작적 방향성이 헐리우드식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007 시리즈는 영국 출신 작가 이언 플레밍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1962년 닥터 노(Dr. No)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5편의 공식 영화가 제작된 글로벌 프랜차이즈다. 모든 작품이 영국 제작사인 EON 프로덕션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며, 촬영지와 캐스팅, 연출 스타일 등에서 ‘영국적인 색채’를 유지해 온 것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이제 창작의 주도권이 미국 기업인 아마존으로 넘어가면서, 영국 특유의 분위기와 정체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팬들 “007은 우리의 것”… 변화에 대한 우려도
007이 영국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라는 점에서, 영국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한 반발도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기사 댓글에서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영국 팬은 트위터를 통해 “제임스 본드는 영국 문화의 상징이다. 본드를 미국식 블록버스터로 바꾸려 한다면 팬들의 거센 반발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이번 변화를 비판하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한 팬은 “이언 플레밍이 무덤에서 뒤척이고 있을 것이다”라며 불만을 드러냈고, 또 다른 팬은 “아마존이 제임스 본드의 이름을 망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팬들은 이번 변화가 할리우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업적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돈이 전부다. 앨버트 브로콜리와 이언 플레밍이 살아 있었다면 이런 결정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댓글에서는 “디즈니가 스타워즈를 망친 것처럼 아마존도 007을 망칠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최근 시리즈에서 등장한 변화들—여성 M, 성소수자 설정의 Q—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의견도 있다. 한 팬은 “이미 망가졌다. 이제 원래대로 돌아갈 때”라고 주장했다.
차기 본드 캐스팅, 스타일 유지될까
이번 변화로 인해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부분은 차기 007 캐스팅과 연출 방향이다.
다니엘 크레이그 이후 새로운 제임스 본드가 누가 될지에 대한 추측이 계속되고 있지만, 공식적인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영국 배우들이 전통적으로 본드를 맡아왔던 만큼, 이번 계약 이후 미국 배우가 007을 맡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007 특유의 ‘신사적인 첩보원’ 스타일이 유지될지, 아니면 보다 미국적인 액션 블록버스터 스타일로 변화할지도 관심사다.
다니엘 크레이그 “바버라와 마이클, 존경 변함없어”
한편, 다니엘 크레이그는 버라이어티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바버라와 마이클에 대한 존경과 애정은 변함없다”며 “마이클이 오랜 시간 헌신한 만큼, 이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바버라가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분명 멋진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007은 앞으로도 ‘영국적인 스파이 영화’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타일’로 새롭게 변신할 것인가. 영화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유니버셜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