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경제신문=서아론 기자] 2025년 새해 국내 보건의료계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 주요 보건의료 직역 단체장들의 신년사에서도 긍정적 전망보다 깊은 우려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정부의 의료정책 변화와 직역 간 갈등 심화는 물론,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을 둘러싼 논란까지 더해지며 의료계 전반이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병원계의 최대 과제
삼성서울병원의 박승우 병원장 역시 “지난해 의료 환경 변화가 병원 운영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며 “올해 역시 정책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도전의 연속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성모병원의 윤승규 병원장은 “정책 변화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은 새로운 시범사업 참여와 구조 개편 등 다양한 과제를 요구받을 것”이라며 “특히 전공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전문의 중심의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정부 간 갈등, 의대 증원이 촉발
대한의사협회 강대식 직무대행은 신년사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추진을 "근거 없는 정책"이라 규정하며, 이를 "국민 건강과 생명을 외면한 최악의 실정"으로 평가했다. 그는 “조속히 의료사고 특례법을 제정해 의료인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와의 강경 대립을 예고했다.
의약분업과 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갈등도 불씨를 키우고 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성분명 처방 제도화를 추진하고, 대체조제 사후 통보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회장 후보들이 총파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갈등의 파장이 확대될 조짐이다.
한의사 초음파 기기 논란, 실손보험 재편 변수로
전통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온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와 의료계 간 갈등도 올해 계속될 전망이다. 윤성찬 회장은 지난해 대법원의 최종 승소 판결을 언급하며, “보다 효과적인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한방 치료를 실손보험에 다시 포함하려는 움직임은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실손보험 개편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방 치료의 편입 여부는 갈등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 시행, 간호계-의료계 충돌 격화
대한간호협회(회장 탁영란)는 오는 6월 간호법 시행에 발맞춰 후속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탁영란 회장은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해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간호법 시행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특히 간호법 하위 법령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의사와 간호사 직역 간 업무 분장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조치가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과 맞물리며, 병원계 전반에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간호조무사협회 역시 간호법과 관련한 갈등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다.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자격의 학력 폐지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회장 곽지연, 이하 간무협) 법정단체 전환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간무협은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구성해 학력 제한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어, 간호계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 해는 의료계 전반이 거대한 변화와 갈등의 한가운데 놓인 시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서울성모병원의 윤승규 병원장이 “을사년은 병원계가 도전을 넘어 혁신을 요구받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의료계가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