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국내 팬들은 만 18세 소년의 데뷔전을 기다린다. 다만 현지에서는 요원한 일로 보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의 막내 라인으로 들어간 양민혁은 아직 기다리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4-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경기에서 아스널에 1-2 역전패를 당했다.
벌써 리그 5경기 무승이다. 토트넘은 이 경기 결과로 7승3무11패, 승점 24점으로 리그 13위에서 맴돌고 있다.
물론 양민혁은 이 날도 어김없이 명단에서 빠졌다. 사실상 그가 교체 명단에 들지 못할 확률은 너무나 높았다. 먼저 토트넘이 현재 병동이라고는 하나 히샤를리송 등 부상 선수들이 점차 복귀하고 있고, 무엇보다 양민혁에게는 아직 적응할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당초 양민혁의 데뷔는 5부 탬워스전으로 점쳐졌다. 벽돌 기술공, 샌드위치 가게 사장 등으로 이뤄진 실업팀 수준의 5부 탬워스를 상대로 주전 카드를 꺼낼 것이라 보는 전망은 거의 없었다. 카라바오컵 2차전과 리그 경기를 앞둔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 데얀 쿨루셉스키, 도미닉 솔랑케 등 주전에게는 휴식을 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간 토트넘은 부상 선수, 결장 선수들이 산재했고 모자란 엔트리로 경기를 치르느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체력을 안배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예상을 깼다. 페드로 포로, 라두 드라구신, 세르히오 레길론, 아치 그레이,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 제임스 매디슨, 브레넌 존슨, 마이키 무어, 티모 베르너가 선발진을 짠 것이다. 빠지리라 예상했던 주장 손흥민은 벤치에 앉았다.
탬워스전 경기 후 베르너의 햄스트링 부상 소식이 전해졌고, 양민혁의 데뷔가 한번 미뤄졌다. 이 때문에 일부 팬들은 '북런던더비에서는 벤치에라도 앉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스널전에서도 양민혁의 이름을 어김없이 제외시켰다.
의외로 양민혁은 지난 9일 카라바오컵 리버풀전에서 예상을 깨고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팬들이 데뷔전 희망을 품는 것도 어느정도 근거가 있었다.
지난해 7월 토트넘 입단 소식을 알린 양민혁의 합류는 당초 계획된 일정보다 빨랐다. 본래 올해 1월 합류 예정이었지만 토트넘의 부상 인원이 10명 가까이 불어나며 구단은 그에게 한 달 빠른 합류를 요구했다. 이에 양민혁은 지난해 12월 16일 런던으로 출국해 팀에 합류했다.
06년생 양민혁은 2017년 경희 FC 유스에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축구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2023년 K리그1 강원과 준프로 계약을 맺고 국내 리그 최고의 히트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한국에서 그가 남긴 최종 성적은 38경기 12골 6도움이다. 이달의 영플레이어 상을 5차례(4,5,6,7,10월) 수상했으며 이달의 골, 이달의 선수(이상 7월)에도 선정됐다.
21세 이하 연령별 팀(U-21)에서 뛴 후 적응을 거치고 1군으로 올라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폴 오키프 기자는 16일 SNS를 통해 팬들의 양민혁 관련 질문에 "단지 양민혁은 영국과 영국 축구에 적응하는 중"이라며 "무슨 이상이 있어서 못 나오는 것은 아니다. 21세 이하 팀에서 뛸 가능성도 물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현재 다수 축구팬들은 양민혁이 향후 몇 년은 하위팀으로 임대되어 충분한 경험을 쌓고 돌아오는 것을 정석으로 여기고 있다. 기존 K리그에서만 활약해온 그였기에 레벨, 환경이 완전히 다른 프리미어리그 경기 출전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양민혁의 데뷔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3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을 앞둔 사전 인터뷰에서 "양민혁은 아직 너무나도 어리고 곧 여기서 마주하게 될 리그 레벨과 거리가 한참 먼 세계 반대편에서 왔다. 우리는 그에게 적응할 시간을 줘야하며 손흥민이 그를 돕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답했다.
이어 "양민혁이 클럽 안팎에 있을때 우리는 그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확실히 그에게 적응할 기회를 줘야한다. 실질적인 계획은 없고 그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첫술에 '제2의 손흥민'이 될 수는 없다. 유소년 팀에서 경험을 쌓는 방향은 이전부터도 고려되고 있었다. 유럽 무대는 객관적으로 K리그 무대보다 훨씬 치열한 생존의 장이다. 토트넘 전담 매체 '스퍼스 웹'은 "이 10대 선수가 큰 도약을 이루려면 프리미어리그에서 가파른 학습곡선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한 바 있다.
한편 토트넘은 오는 19일 오후 11시에 구디슨 파크에서 에버턴과 24-25시즌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나선다.
사진= MHN스포츠 DB, 연합뉴스, 토트넘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