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만났던 신영우(NC 다이노스)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다짐을 지키며 호주야구리그(ABL)를 맹폭하고 있다.
ABL 퍼스 히트 유니폼을 입고 있는 신영우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엠파이어 볼파크에서 열린 2024-2025 ABL 브리즈번 밴디츠와 1라운드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77개의 공을 뿌리며 4이닝을 피안타 없이 3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상승세는 계속됐다. 23일 시드니 블루삭스와 더블헤더 2차전에 나선 신영우는 82개의 공을 투구, 5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24일 기준으로 거너 카인즈(브리즈번), 야마다 류세이(애들레이드 자이언츠·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함께 탈삼진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신영우다.
활약이 이어지자 ABL도 신영우를 주목했다. ABL 공식 SNS는 23일 신영우의 현재 기록을 게시하며 “한국의 투수 마법사”라고 조명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알을 깨고 나오지는 못했다. 늘 제구가 불안했으며, 결국 2023시즌에는 1군에 데뷔하지 못한 채 퓨처스(2군)리그에서만 활동했다.
올해에도 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1군 데뷔전이었던 5월 4일 인천 SSG랜더스전에서 3.2이닝 1피안타 7사사구 6탈삼진 2실점으로 무난한 투구를 했지만, 5월 12일 창원 삼성 라이온즈전(2이닝 3피안타 1볼넷 2실점), 5월 25일 잠실 LG 트윈스전(3.2이닝 2피안타 7볼넷 2실점), 5월 31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0이닝 3피안타 2사사구 5실점)에서는 모두 흔들렸다. 그렇게 신영우의 올 시즌 최종 성적은 4경기 출전에 1패 평균자책점 10.61으로 남았다.
절치부심한 신영우는 이번 비시즌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10월 10일 일본 미즈호 PayPay돔 후쿠오카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 2군과의 3차 교류전에서 4.1이닝 5피안타 4사사구 5탈삼진 3실점을 써냈다. 결과가 다소 아쉽긴 했으나, 4회까지는 5개의 탈삼진과 함께 1실점으로 막아냈다.
이어 신영우는 10월 16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울산 KBO Fall League에서 LG 트윈스 퓨처스 팀을 상대로 5이닝 노히트노런(5이닝 무피안타 6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을 작성했다. 퓨처스 팀을 상대로 올린 성적표이긴 했지만, 분명 의미가 있었다.
이후 ‘호주 유학’을 앞두고 있던 11월 초 창원NC파크에서 기자와 만났던 신영우는 “후반기 때 코치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내 것을 잡아가는 과정을 꾸준히 거쳤다. 작년부터 이용훈 코치님과 폼을 수정하는 작업을 했었다. 그 부분 중 몸에 안 익는 것들이 있었는데, 중간중간 개선했다”며 “(소프트뱅크전과 LG전에서) 결과를 생각하고 던진 것은 아닌데, 계속 좋게 나오다 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재미있게 던질 수 있었다. 그만큼 내 것을 확실히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재승이 형이 (호주가서) 많은 것을 배웠다 말해줬다. 저도 호주에서 성장해 내년에는 N팀(NC 1군)에서 많은 경기 던지고 좋은 결과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며 “호주에 가서도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준비할 것이다. 내년 시즌에 잘할 수 있도록 좋은 소식이 들리게끔 하는 것은 제가 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다. 호주 가서 확실하게 내 것을 만들어 와야겠다는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그리고 신영우는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ABL 2경기에서 연달아 쾌투하며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영우가 꾸준히 성장한다면 NC는 2025시즌 훌륭한 선발 자원 한 명을 얻을 수 있다. 과연 신영우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내년 시즌 NC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까.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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