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에서 ‘영원한 별밤지기’이자 대중문화의 아이콘 이문세가 등장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985년 4월 1일부터 1996년 12월 2일까지, 무려 11년 7개월간 MBC 표준FM ‘별이 빛나는 밤에’(이하 ‘별밤’)의 DJ ‘별밤지기’로 자리했던 이문세의 등장에 유재석과 조세호는 “‘별밤지기’였던 이문세 형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이문세는 “‘별밤’을 하면서 인격 형성도 많이 됐다. 제 자신이 다듬어지고 다듬어지도록 한 것이 라디오라고 생각한다”고 별밤지기 활도엥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문세는 ‘별밤’을 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사연에 대해 “어느 여고생이 방송국으로 매일매일 편지를 썼다. 첫 번째 편지 두 번째 편지 세 번째 편지를 보내면서 ‘백 번째까지 편지를 쓰겠다’고 했는데 반쯤 지날 무렵 편지가 안 오더라. 그로부터 수개월 후에 51번째 편지가 새로 왔다. 글씨체가 달랐다. 추적해서 알아봤더니 그 친구가 오십몇 번째까지 쓰다가 불치의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라며 “그걸 친구가 소식을 듣고 (죽은)친구를 대신해서 쉰 몇 번째부터 백 번째까지 채워졌다”고 털어놓아 뭉클함을 안겼다.
11년 7개월 끝에 떠난 ‘별밤’에 대해 이문세. 이와 관련해 이문세는 “이문세에게 있어서 인생에서 가장 빼놓을 수 없는 한 지점에 다시 돌아간다면 저는 ‘별이 빛나는 밤에’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다”고 고백했다.
DJ활동 뿐 아니라 40여년 동안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했던 이문세는 신곡으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히트곡 한곡을 더 만들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니다. 음악의 리듬과 그 흐름을 계속 가지고 가는 것이 음악 하는 사람의 본능이자 의무라고 생각이 든다. 꾸준하게 창작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문세는 자신의 곡인 ‘사랑은 늘 도망가’를 부른 임영웅에 대해 “이렇게 메가 히트는 임영웅 씨가 한 것”이라며 “진짜 오리지널은 저인데, 억울하지 않고, 오히려 영웅 씨 덕분에 제 노래도 재조명되고 그래서 가창자로서 좋다”고 말하기도.
최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저는 지금 60대”라고 말문을 연 이문세는 “모든 것이 느려진다. 생각도 느려지고 행동도 느려진다. 그러다 보니 공연을 한 번 기획해서 하다 보면 슬로 템포가 저에게 맞는 거다. 에너지가 차올랐을 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루에 3~4시간을 자도 ‘새날이 밝았다’ 했는데 요즘은 7, 8시간을 누워있어도 왜 이러지 한다”며 “빠른 노래를 하더라도 눈물을 흘리는 관객의 눈빛과 마음을 생각하면 일어나자, 또 열심히 연습하자, 헬스 클럽가서 근육 운동하고 몸을 만들자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연에 오시는 분들은 이문세의 히트곡 한 곡을 듣기 위해서 오시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이 한 바퀴 돌아가는 경험을 한다. 삶의 여정들이 이문세 노래 한 곡으로 스쳐 지나가고, ‘어떻게 살아왔고, 그때는 어떤 꿈을 꿨었던 사람인데 지금 이렇게 살고 있구나’를 느끼는 거다. 제가 허투루 준비할 수 없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문세는 유재석의 한결 같음에 대해서도 극찬했다. 유재석이 “같이 나이를 먹고 있지만 저도 연예계에 데뷔를 해서 30년 정도 지났다”고 하자, 이문세는 “연예 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던 까마득한 후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존경스럽고 존경한다. 한결같다. 대한민국에 이런 사람, 전 세계적으로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건 무슨 힘이냐. 자기 취면이냐”고 칭찬했다.
이에 유재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자기 최면일 수 있고 에너지를 내기 위해 평소에 관리도 하고, 무엇이든 체력이 필요하다. 체력을 위해서 운동도 한다. 나름의 노력을 저도 한다”고 답했다. 유재석의 말에 조세호는 “유재석 형님이 ‘우리는 일주일에 와서 한 번 녹화하지만, 제작진은 그 하루를 위해 일주일 내내 밤을 새우니까 너는 항상 잘 준비하고 와야 한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고 말한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거들었다.
이문세는 원조 별밤지기로서 20, 30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제가 20대 때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앞이 안 보일 때가 있지 않느냐. 길이 안 보일 때 당황하기도 하는데, 기다려야 한다. 눈 속에 파묻혔을 뿐이지 그 길이 없어지지 않았고 어둠에 가려질 뿐이지 그 길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며 “묵묵히 빗자루질을 하다보면 새벽이 오면서 길이 보이듯이 젊은 친구들 힘든 친구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진솔하게 말하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고민에 대해 이문세는 “‘언제까지 할 건데’ ‘언제까지 이런 모습으로 건강하고 씩씩하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도 하는데, 박수칠 때 오히려 더 더 멋지게 노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수가 끊기더라도 도 박수를 받기 위해 더 노래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 운명적으로”며 “저는 이번 시즌의 공연에서도 박수를 쳐주지 않았으면 공연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수많은 관객이 ‘이문세! 이문세!’ 하니 힘이 나서 노래하는 거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제 끝내겠습니다’는 못하겠다. 제 힘으로 설 수 없어서 ‘병원으로 들어가야 해요, 오늘 공연은 취소입니다’고 할지언정, ‘모든 공연을 마감하는 마무리 공연을 하겠습니다’는 못하겠다. 관객도 얼마나 슬프고 저도 얼마나 무너지겠냐. 그게 기쁜 공연은 아지니 않느냐”며 “제 인생에 은퇴 공연이라는 건 없다”고 선언했다.
마지막으로 이문세는 “오늘 유재석과 조세호가 제 노래를 같이 불러주면서 들어주는 표정을 유심히 보는데 행복해 하더라. 그 어떤 것보다도 저에게는 더 큰 상이 없는 거 같다. 오랫동안 노래한 사람이 누리는 특권”이라며 “저는 아주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아닌데, 내 마음에 어느새 들어와 있는 음악인 내 마음을 잘 다독여주는 음악인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유재석은 “선배님 나이가 여든 가까이 됐을 때도 무대에서 ‘소녀’를 불러주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고, 이에 힘을 얻은 이문세는 “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해보겠다. 30의 나이에 ‘소녀’를 키 낮추지 않고, F키로 가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배님이 80이시면 저는 70이다. 같이 불러달라”는 유재석의 듀엣 요청에, 이문세는 “목표가 생기면 에너지가 차오를 수밖에 없다”고 의욕을 드러내며 이들이 펼칠 훗날의 공연을 기대케 만들었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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