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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직장에서의 비전과 행복

[로터리] 직장에서의 비전과 행복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봄이 되니 나물이 지천으로 풍부하다. 일부러 찾지 않아도 길가의 빈터나 하천변 고수 부지, 공원의 한 켠 마다 쑥이며, 냉이, 달래, 씀바귀를 캐는 분들을 보게 된다. 조금 더 여유로운 농촌, 산촌으로 가면 산나물 애호가들이 두릅, 찔레, 옻순, 엄나무, 오가피 따위의 새순을 따러 다니느라 분주하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수육과 함께 어울려 먹는 산나물의 쌉쌀한 맛에서 행복을 느낀다.


조금만 눈길을 돌리면 조그맣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 활짝 핀 벚꽃 길을 여유 있게 걸어보는 것도 그렇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도 그러하다. 우리가 이런 일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스스로 원해서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똑같은 나물 따는 일이라도 누가 시켜 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경우라면 노동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젊은 직원들과 대화하면서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오랜 기간의 직장 생활을 잘 견디어낸 비결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출근하기가 죽기보다 싫고, 퇴근 시간이 되어야만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면 이보다 불행한 일이 없을 것이다. ‘워라밸’ 이라는 말이 있지만, 일과 행복은 반드시 상반된 관계일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취업 선호도에서 수위를 다투는 좋은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막상 취업에 성공한 직원들의 사기가 낮은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우리 사회가 성숙 단계에 들면서 취업 자체도 힘들지만, 취직이 된 이후에 어지간히 노력을 해도 책임 있는 일을 맡을 자리로 승진할 기회가 제약되는 점이 젊은 직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런 압력을 빼주는 좋은 방법이 있다. 앞으로 인천국제공항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이 활발해질텐데, 새로 시작하는 젊은 직원들의 상당수는 장래에 인천공항공사내 팀장, 처장, 본부장으로 승진하는 좁은 통로보다 전 세계 곳곳에서 공항을 설계하고 건설하고 운영하는 일로 진출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간부로 근무하는 것보다 보수 수준을 2~3배 많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해외에서 실력을 바탕으로 큰 수익을 낸다면, 국내 공기업에 적용하는 인건비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충분한 인센티브를 바탕으로 가장 우수한 인력이 해외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경쟁하게 해야 한다. 지금 신입 사원이 10~20년 뒤에 해외 공항 사업을 맡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려면 공항 내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경험하면서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우리나라를 빛낼 세계적인 공항 전문가가 되는 큰 꿈과 비전을 가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찾아서 일을 한다면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봄나물을 따기 위해 산으로 들로 가는 사람들이 여유와 행복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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