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방송되는 KBS '동네한바퀴' 제317화에서는 서울 화곡동, 방화동을 찾는다.
▶ 올해의 봄을 당신에게 선물하겠습니다
봄이 되면 김지윤 씨는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꽃 사진을 찍는다. 꼼꼼히 꽃을 살펴보고 스케치까지 하는 이유는 과자를 만들기 위해서다. 공방에 돌아오면 지윤 씨는 색색 찹쌀 반죽을 틀로 찍고 가는 봉으로 하나하나 잎을 만들어 봄꽃을 그대로 재현한다. 그렇게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만들어지는 화과자. 화과자는 봄뿐 아니라 여름에는 과일,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트리 등 각 계절을 연상케 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라는데. 이 화과자에 반해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1개월 배운 솜씨로 공방을 차렸다는 지윤 씨. 이 모든 건 어릴 적 아버지와의 추억 때문이었다. 36년간 횟집을 운영했던 아버지와 함께 산과 들을 다니며 봄이면 꽃, 가을이면 단풍을 모아, 회 접시에 함께 올렸다. 계절의 아름다움을 선물할 때의 기쁨. 지윤 씨가 아버지에게 받은 소중한 가르침이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특별한 화과자를 만들었다는 지윤 씨. 그녀가 선물할 올해의 봄은 어떤 모습일까?
▶ 초가집 아래 짚공예 할아버지 삼총사
방화근린공원의 산책길은 강서에서 유명한 벚꽃 명소! 꽃구경하며 걷다 보면 초가집을 하나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주인은 짚공예 할아버지 삼총사다. 서울에서 웬 볏짚일까 싶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강서구는 쌀로 유명한 농촌 마을이었단다. 그래서 어릴 적에 볏짚깨나 꼬아봤다는 할아버지들. 그 추억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 20년 전부터 직접 지은 초가집에서 매일 같이 새끼줄을 꼬고 있단다. 오랜만에 동네지기도 새끼줄 하나 꼬아보며 추억을 되살려본다.
▶ 추억의 그 맛! 장작구이 통닭
화곡본동시장 근처 골목을 걷다 보면 구수한 냄새가 절로 발길을 끈다. 활활 타는 장작불에 노릇하게 익어가는 통닭구이가 그 주인공. 사장인 정병수 씨는 30년째 화곡동 골목을 지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젊었을 적 단골손님이 결혼해 자식도 데려오는 추억의 맛집으로 자리매김했다는데, 이처럼 많은 단골손님과의 끈끈한 유대감과 신뢰를 유지하자면 그만큼의 노력도 필요한 법. 결국 1년 365일 쉴 틈이 없었던 병수 씨는 대상포진으로 고막이 손상돼 한쪽 청력을 잃고 나머지 한쪽마저 잘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도 매일 같이 가게에 나온다는 병수 씨. 그런 모습을 보다 못한 딸 정혜인 씨가 가게에 나와 아버지 곁을 지키고 있다. 손발이 맞지 않아 싸울 때도 잦지만 병수 씨의 손과 귀가 되어 가게를 지키고 있는 딸. 이런 부녀의 애틋한 사랑으로 오늘도 화곡동 장작구이 통닭집의 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

▶ 행복한 순간을 담아드려요
행복한 순간을 붙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바람을 이루어주는 공방이 화곡동에 있다. 바로 윤희숙 씨의 말린 꽃 공방이다. 선물 받은 꽃을 가져오면 희숙 씨의 손에선 마법이 일어난다. 손질하고 3개월간 정성스레 꽃을 말려 꺼내면 감쪽같이 처음 받았던 때와 똑같은 모습이 된다. 이 말린 꽃으로 액자, 향초, 보석함 등 예쁜 작품을 만들어 준단다. 꽃이 시들며 함께 희미해졌을 감정과 기억들이 작품으로 탄생하면 오랫동안 남게 된다고. 희숙 씨를 찾아오는 모든 꽃다발엔 행복한 순간들이 담겨 있다. 남편의 생애 첫 꽃 선물, 프로포즈, 결혼식, 부모님 은퇴... 그 행복한 순간으로 꾸며진 기억의 정원을 방문해 본다.
▶ 60년 전통 중국집의 동파육
개항한 지 67년째인 김포국제공항. 공항 입구인 방화동엔 공항 직원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맛집 명소가 하나 있다. 바로 3대째 내려온 진가기 씨의 중국집이다. 허허벌판에서 오늘의 명소가 될 수 있었던 건 아버지가 물려준 동파육 덕분이었다는데. 아버지는 사장이자 조리사인 가기 씨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메뉴판에서 동파육은 빼지 말라는 유언을 남길 만큼 자부심이 강했다고 한다. 과연 그 동파육 속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 그 집 김이 유독 고소한 이유
강서에서 제일 오래되었다는 남부골목시장에 입소문 난 기름집이 있다. 고소한 기름 맛으로도 유명하지만, 더 유명한 건 MZ세대 사장 신수빈 씨가 가게를 지키고 있기 때문. 처음 방문한 사람은 오래된 기름집에 30살 사장이 버티고 있으니 미덥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기름 짜는 기계든 고추 빻는 기계든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면 믿음이 절로 간다고. 몸에서 기름 냄새 빠질 새 없을 정도로 바쁜 생활을 보낸 지 벌써 3년째. 수빈 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기름집을 시작했던 건 고등학교 3학년 때 들었던 청천벽력 같은 소식 때문이었다. 어머니 박세영 씨가 유방암에 걸렸던 것. 다행히 항암치료는 잘 끝났지만 세영 씨는 자식들을 위해 요양도 하지 않고 김 가게를 시작했다. 그렇게 세영 씨는 10년간 쉬는 날 없이 일해왔단다. 그런 어머니를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어, 김이라도 더 맛있게 만들어 주고자 시작된 수빈 씨의 기름집. 딸이 짜준 기름을 바른 엄마의 김은 얼마나 고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