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뿐인 환경정책, 현장에서 멈췄다··· “기술로 증명하라”

[ 환경일보 ] / 기사승인 : 2026-01-15 08:35: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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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률 80%, 상·하수도 보급률 99%라는 화려한 성적표 뒤에서 환경정책은 현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사진=환경일보DB
재활용률 80%, 상·하수도 보급률 99%라는 화려한 성적표 뒤에서 환경정책은 현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사진=환경일보DB




[국회=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재활용률 80%, 상·하수도 보급률 99%라는 화려한 성적표 뒤에서 환경정책은 현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숫자로는 성공을 말하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환경의 질은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기술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한국환경기술사회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제3회 환경기술사회 기술세미나’를 열고, 기후위기 시대 환경정책의 실행력을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세미나에는 환경기술사와 학계·산업계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재활용 등 지표상 성과와 달리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환경정책의 한계를 진단하고, 기술 설계를 통한 실행력 강화 필요성이 (사)한국환경기술사회가 개최한 기술세미나에서 제기됐다. /사진=박준영 기자
지난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재활용 등 지표상 성과와 달리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환경정책의 한계를 진단하고, 기술 설계를 통한 실행력 강화 필요성이 (사)한국환경기술사회가 개최한 기술세미나에서 제기됐다. /사진=박준영 기자




홍순명 한국환경기술사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현재의 환경위기를 단일 문제로 보지 않았다. 가뭄과 홍수, 산불, 물 부족, 생태 훼손, 자원순환 시장 혼선이 동시에 작동하는 ‘교차 리스크’라고 규정했다.



그는 “오염을 처리하는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환경 영향을 사전에 계산하고 위험을 낮추는 설계 능력이 환경기술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확정과 환경영향평가의 기후 분석 확대, 자연자본 공시 확산 등 정책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목표 달성 가능성을 기술로 검증하는 구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축사에 나선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책과 기술의 관계를 분명히 했다. 박 의원은 “법과 제도는 국회가 만들지만,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는지는 기술에 달려 있다”며 “환경기술사는 정책 실행 여부를 가르는 핵심 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축적된 기술적 문제의식이 입법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소통 창구를 열겠다고 밝혔다.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탈탄소 전환의 동력으로 녹색기술을 꼽았다. 김 장관은 “화석연료 기반 문명을 넘어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제로 이동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환경기술사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 혁신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문관식 세종대 겸임교수는 재활용과 상수도 등 환경정책 성과가 통계에 치우친 구조적 한계에 머물러 있으며, 문제 해결의 핵심은 시민이 아니라 공정과 제도 설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문관식 세종대 겸임교수는 재활용과 상수도 등 환경정책 성과가 통계에 치우친 구조적 한계에 머물러 있으며, 문제 해결의 핵심은 시민이 아니라 공정과 제도 설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기조강연에서 문관식 세종대 겸임교수는 한국 환경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짚었다. 문 교수는 “재활용률 80%라는 수치는 소각을 포함한 통계 구조에서 나온 결과”라며 “물질 재활용만을 기준으로 삼는 유럽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분리배출 참여율은 높지만, 수거와 선별 공정의 한계로 실제 재활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문제의 원인을 시민에게 돌리는 접근은 현실을 가린다”며 “공정과 제도 설계가 바뀌지 않으면 현장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상수도 보급률 뒤에 숨은 노후 관로 문제, 탄소 배출량 산정의 모델 의존성도 함께 언급했다. 관리하기 쉬운 수치만 성과로 삼는 행정 구조가 품질 개선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법으로는 주요 환경 통계와 대형 사업에 대한 제3자 기술 검증 의무화, 품질 중심 성과지표 전환, 기술력 비중을 높인 평가 체계 도입을 제시했다.





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은 환경 규제 대응은 사후 법률 문제가 아니라 사전 설계와 운영 역량의 문제이며, 환경기술사는 규제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핵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이어진 강연에서 김도형 법무법인 화우 환경규제대응센터장은 환경 규제를 ‘법률 대응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관행을 비판했다. 그는 “환경 규제는 위반 이후 대응이 아니라, 사업 초기 단계의 설계와 운영 체계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통합환경관리제도 역시 인허가가 아니라 사업장의 환경관리 역량을 전반적으로 묻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센터장은 환경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구축과 함께 환경기술사가 규제 요구를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설계 언어로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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