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1등인데 우승이 없다?… 하림 챔피언십, '1.7 클럽'의 침묵 깨질까 [PBA 7차전 프리뷰]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1-28 11:19:18 기사원문
  • -
  • +
  • 인쇄
‘하림 PBA-LPBA 챔피언십’ 29일 개막 포스터. 이번 대회는 하림이 PBA에 합류한 이후 처음 타이틀스폰서로 진행하는 대회다/@PBA
'하림 PBA-LPBA 챔피언십' 29일 개막 포스터. 이번 대회는 하림이 PBA에 합류한 이후 처음 타이틀스폰서로 진행하는 대회다/@PBA

(고양=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춘추전국시대'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이번 시즌 프로당구 PBA는 7번의 투어를 치르는 동안 매번 다른 우승자가 탄생했다. 절대 강자가 사라진 혼전 속에서, 팬들의 시선은 이제 29일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리는 시즌 8차 투어, '하림 PBA-LPBA 챔피언십'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시즌 파이널인 '월드챔피언십'으로 가는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나 다름없다. 남은 정규 투어는 이번대회 포함 단 두 번. 상금랭킹 32위 밖으로 밀려난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는 생존을 위한 배수진이다. 그런데 이 생존 경쟁의 한복판에 기록상으로는 '시즌 최강'이어야 할 이름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어 당구 팬들의 고개를 갸웃거르게 만든다.

# '꿈의 1.7 클럽'… 기록은 우승권, 성적은?

당구에서 선수의 기량을 가장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지표는 단연 애버리지(AVG)다. 세트제 변수가 있다 해도, 높은 애버리지는 곧 압도적인 공격력을 의미한다.

올 시즌 PBA에서 누적 애버리지 1.700을 넘긴 선수는 단 5명(조재호, 마르티네스, 이충복, 강동궁, 산체스)뿐이다. 지난 시즌에도 5명, 2023-24시즌에는 하비에르 팔라손 단 한 명만이 기록했던 '꿈의 수치'다. 통상적으로 이 정도 수치라면 시즌 다승왕을 다투거나 최소 1승은 챙겨야 정상이다. 하지만 올 시즌 '1.7 클럽'의 멤버 중 조재호, 이충복, 강동궁은 아직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2023-2024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사파타를 누르고 포효하고 있는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 이후 2년여 동안 아직 우승컵을 수집하지 못했다/@PBA
'2023-2024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사파타를 누르고 포효하고 있는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 이후 2년여 동안 아직 우승컵을 수집하지 못했다/@PBA

# '슈퍼맨' 조재호의 딜레마

가장 미스터리한 선수는 '슈퍼맨' 조재호다. 그는 올 시즌 10승 이상 거둔 선수 중 전체 애버리지 1위(1.795)를 달리고 있다. 공격 성공률 역시 63.9%로 전체 1위다. 그냥 공을 잘 맞히는 수준을 넘어, 난구 풀이와 포지션 플레이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결과는 '무관'이다. 2차와 5차 투어 준우승에 머물렀을 뿐이다. 이는 시즌 우승자들의 기록과 비교하면 더욱 아이러니하다. 1차 투어 우승자 초클루(1.575)를 비롯해 6차 투어 우승자 김영원(1.662), 5차 투어 우승자 레펀스(1.665) 등은 조재호보다 낮은 애버리지로도 정상에 올랐다. 심지어 시즌 두 번의 준우승 후, 직전 7차 투어에서 우승한 산체스(1.723)조차 조재호의 시즌 기록보다는 낮다.

화려한 스탯 뒤에 가려진 '결정적 한 방'의 부재, 조재호가 이번 대회에서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2024-2025시즌 2관왕과 MVP(골든큐 투어 어워드 대상)를 수상했던 '헐크' 강동궁(SK렌터카). 이번 시즌 아직 8강에도 오르지 못하는 불운(?)을 겪고 있다/@PBA
2024-2025시즌 2관왕과 MVP(골든큐 투어 어워드 대상)를 수상했던 '헐크' 강동궁(SK렌터카). 이번 시즌 아직 8강에도 오르지 못하는 불운(?)을 겪고 있다/@PBA

# MVP 강동궁의 추락, 그리고 이충복의 불운

지난 시즌 2관왕이자 대상(MVP)을 차지했던 '헐크' 강동궁의 부진은 충격에 가깝다. 강동궁 역시 애버리지 1.730(전체 4위), 공격 성공률 62.3%(전체 2위)라는 최상위권 스탯을 유지하고 있다. 조재호에 이어 공격 지표 2위를 달리는 그가, 정작 성적표에서는 8강 무대조차 한 번도 밟지 못했다는 점은 기록으로 설명되지 않는 미스터리다.

현재 강동궁의 상금 랭킹은 32위. 월드챔피언십 진출 커트라인에 위태롭게 걸려있다. 특유의 파워풀한 횡단샷과 정교한 스트록 등 그의 장기가 살아있음에도, 승부처인 세트 후반 집중력 싸움에서 밀린 탓이다.

‘3쿠션의 바이블’ 이충복(하이원리조트)은 올시즌 커리어 최고의 스탯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성과를 못내고 있다/@PBA
'3쿠션의 바이블' 이충복(하이원리조트)은 올시즌 커리어 최고의 스탯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성과를 못내고 있다/@PBA

'3쿠션의 교과서' 이충복(애버리지 1.731, 전체 3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높은 애버리지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최고 성적은 8강 2회가 전부다. 이충복과 강동궁 모두 기량 저하보다는 세트제의 변수와 경기 운용에서의 미세한 엇박자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첫' 하림 챔피언십, '스탯의 아니러니' 풀릴까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승부는 기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것이 PBA 세트제의 묘미이자 잔인함이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볼 때, 압도적인 애버리지를 기록 중인 이들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번 8차 투어는 12월 1일 개막식과 함께 PBA 128강전에 돌입하며, 결승전은 12월 7일 밤 8시 30분에 열린다. 우승 상금 1억 원과 함께 월드챔피언십 직행 티켓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기록만 좋은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고 진짜 왕좌에 앉을 주인공이 탄생할지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