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왜 순수 문학은 뒷전이고, 골프인문학에 몰입했을까

[ MHN스포츠 ] / 기사승인 : 2025-11-15 08:39:37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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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어느 봄날 지금은 고인이 된 골드.코리아CC 이동준 회장께서 만나자고 했다. "앞으로 미래는 골프와 레저, 그리고 실버시대가 온다"면서 함께 가보자고 하셨다.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끝내고 곧바로 간 곳은 교보문고였다. 스포츠 골프 서적 부문으로 달려가 골프관련 서적을 보았다.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골프관련 레슨서 10여종, 칼럼서 10여 종이 전부이었다. 그것도 일본에서 발간된 골프관련 책을 번역한 것들이었다. 교보문고로 직행한 이유는 신촌 모 대학 앞에 차를 세우고 취재를 하던 중 데모를 하던 학생들에게 항의와 차에 락카칠을 당했다. 골프를 다룬다는 그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그 이후 '골프문화' 창달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했다. 콩트집과 수상집, 골프관련 칼럼집, 골프와 시, 사진, 수필집, 골프관련 Y담 집 등 장르를 불문하고 10여권이 넘는 읽을거리를 출판했다. 그리고 서원밸리 그린콘서트, 누드크로키, 다문화가정 무료결혼식, 국내 최초 골프구단, 연예인 골프구단 창단, 자선행사 등 문화적 콘텐츠 개발에 전념했다.









사실 골프 기자 이전엔 전업 작가를 꿈꾸며 자유롭게 시나 쓰고, 세상을 관조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랬던 내 영혼에 슬슬 순수 문학은 빠져나가고 골프 인문학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골프인문학이 들어오게 된 또 하나의 계기가 있었다. 가수 조용필 선배와 박정운, 그리고 김명수PD 형님과 골프를 치기로 했으나 그날 몸살이 난 조용필 선배가 불참했다. 우리 셋은 라운드 후 식사를 하면서 조용필과 노래에 대해 토론했다. 분명한 것은 조용필 선배는 하나의 장르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개척했다.



이를 박정운은 '조용필 식 발라드, 조용필식 록, 조용필 식 트로트, 조용필 식 민요'로 불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슬픈 베아트리체'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한 가지 장르에 머물지 않고 모든 장르를 조용필 식으로 해석해 부르기에 롱런하고 열광하는 것이라 했다.



필자는 그날 이후 순수문학 대신 지금은 '골프 문학 장르'로 골프계에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달려왔다. 그 결과인지 몰라도 골프장에는 음악, 미술, 문학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되었다. 골프관련 책을 내고, 골프관련 공연을 하고, 골프관련 이벤트를 확장시키며 그 중심엔 '자선'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딱 하나 가슴 한 가운데서 떠나지 않는 하나가 있었다. 바로 순수문학 '순수 시집' 발간에 대한 열망이었다. 10년 전부터 '시집'을 내겠다고 공언했으나 여전히 골프 인문학에 밀려 다음을 기약했다. 그러나 2025년 올해 참 많은 인연들이 갑자기 세상과 작별했다. 그동안 시는 생존에 있어 사치라고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밥에게 양보했던 시를 꺼내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용기 내어서 며칠 전 '사람, 그리움 그 사이로'라는 시집을 냈다. 20년 만의 시집 출간이라 감격과 눈물이 동시에 몰려왔다. 다이아몬드와 흑연은 놀랍게도 같은 탄소(C)이다. 그동안 흑연으로 살겠다며 내 다이아몬드 같은 시들을 골프 글에 양보했다. 대나무가 아름다운 것은 세월의 흔적 마디가 있어서다. 마디가 많을수록 상품성과 가치가 높다.



무려 20년 만에 골프와 밥에 양보했던 순수 시집을 받아들고는 그간 지나온 삶의 쓸쓸함 그리고 허전함을 이 노래로 위로 받고 싶다. 바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메모리(Memory)'이다. 그는 외모가 뛰어나지도 않고,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늘 음악만 생각하면 행복했다고 한다. 솔직히 그동안 골프 글과 밥에 양보했던 것에 그리 후회는 없다. 오히려 오늘의 시집이 더 특별 할 뿐이다. 지난 30년의 시간과 추억을 메모리 가사로 대신하고 싶다.



"바람은 흐느끼듯 불어오고 / 달빛 아래서 홀로 선 나는 / 추억을 되새겨 보네 / 인생이란 아름다운 것 / 나는 그 시절을 기억합니다 /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았어요"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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