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이제는 ABS 오심까지…올해 초 연이은 불운에 시달리고 있는 NC 원조 토종 에이스

[ MK스포츠 야구 ] / 기사승인 : 2024-04-15 11:35:0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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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원조 토종 에이스 이재학이 이번 시즌 초 연이은 불운과 마주하고 있다. 하다못해 이제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오심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과도 직면했다.

이재학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경기에서 NC의 선발투수로 출격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2회말까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적절히 활용하며 삼성 타선을 단 1피안타로 막아냈다. NC 타선도 3회초 나온 오영수의 좌월 솔로 아치로 이재학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3회말 들어 이재학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김현준(유격수 땅볼)과 김재상(2루수 땅볼)을 차례로 잡아낸 뒤 김지찬에게 몸에 맞는 볼을 범했다. 이어 그는 후속타자 이재현과 승부에서 137km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로 136km 패스트볼을 뿌렸으나, 볼 판정을 받았다. 동시에 김지찬이 2루를 훔쳤고, 당초 아웃이 선언됐으나,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로 변경됐다.

이후 이재학은 2개의 볼을 더 던진 뒤 5구째로 120km 체인지업을 구사, 스트라이크 콜을 받았다. 이때 강인권 NC 감독은 즉각 벤치에서 나와 주심에게 향했다. 앞서 김지찬의 도루 때 이재학의 2구가 스트라이크였는데, 볼로 카운트 됐다는 것.

올 시즌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도입한 ABS는 투구 추적 프로그램을 통해 기계가 볼,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고, 이를 ‘인이어’를 통해 전달받은 주심이 외치는 형식이다. 판독 오류가 아닐 경우 심판은 무조건 ABS의 판정을 따라야 한다.

이재학의 2구를 ABS는 확실한 스트라이크로 봤다. KBO ABS 상황실 근무자도 기계의 스트라이크 콜을 들었다. KBO는 또한 각 팀에 ABS 판정 결과를 볼 수 있는 태블릿을 지급했는데, 여기에도 이재학의 2구는 스트라이크로 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인권 감독이 항의한 뒤 박진만 삼성 감독도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판정이 잘못된 것을 확인한 뒤 즉시 어필하지 않았다는 취지. 심판진은 모두 모여 이에 대해 잠시 논의했다.

이후 심판 조장은 마이크를 들고 “김지찬 선수가 도루할 때 투구한 공(이재학의 2구)이 심판에게는 음성으로 ‘볼’로 전달됐다. 하지만, ABS 모니터를 확인한 결과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며 “NC에서 어필했지만, 규정상 다음 투구가 시작하기 전에 항의해야 한다. ‘어필 시효’가 지나, 원심(볼)대로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KBO로부터 ABS 판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태블릿을 지급받았다고는 하지만, 스트라이크, 볼 판정이 나올 때까지 시간 차가 발생하기에 NC로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중계 방송을 통해 심판진들의 대화가 고스란이 전달되며 논란은 커졌다. 심판 조장이 구심에게 “(ABS)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우리가 빠져나갈…그것 밖에 없는 거에요”라고 한 말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본인들이 ABS의 스트라이크 콜을 놓쳤음에도 실수를 덮기 위해 ‘기계 오류’로 돌리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약 8분이 지연됐고, 마운드에 홀로 서 있던 이재학의 어깨는 차갑게 식어갔다. 특히 변수가 많은 야구는 매 순간, 매 순간이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스포츠. 갑작스러운 이 돌발 상황은 2010년 데뷔해 지난해까지 285경기(1321이닝)에서 82승 76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52를 작성한 베테랑 이재학도 흔들리게 했다. 원래 투수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매우 예민한 포지션이기도 하다.

결과론적이지만, 삼진으로 이닝이 끝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다시 이재현과 마주한 이재학은 볼넷을 내준 뒤 구자욱과 데이비드 맥키넌에게도 1타점 적시 2루타,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으며 주춤했다. 4회말에는 이성규와 김재상에게 각각 우중월 솔로포, 좌월 투런 아치까지 헌납하며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후 NC가 동점을 만들지 못하고 5-12로 패함에 따라 이재학은 3패(무승)째를 떠안았다.

올해 들어 이재학의 불운은 비단 이날만의 일이 아니다. 비시즌 기간 이준호, 이용준, 신영우 등과 경쟁을 벌인 끝에 5선발 자리를 꿰찼지만, 첫 등판이었던 3월 27일 창원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승리 투수까지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기고 강판됐다. 단 이때는 5사사구를 내줄 정도로 이재학 본인의 제구가 흔들린 탓이 컸다.

2번째 출전부터 불행은 이재학을 본격적으로 괴롭혔다. 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87개의 볼을 뿌리며 역투했지만, 5이닝 7피안타 1피홈런 2사사구 3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표면상으로 보면 아쉬운 성적일 수도 있지만, 이날 이재학의 자책점은 단 1점에 불과했다. 두 차례 실책이 나왔고, 모두 실점으로 연결된 것.

이재학은 9일 창원 KT위즈전에서도 웃지 못했다. 4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으나, 승부처였던 5회초 흔들렸다. 당시 황재균과 박병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문상철의 1타점 중전 적시타로 첫 실점을 떠안은 그는 안치영의 번트 타구를 잡아 3루로 던지려다 1루로 송구했지만, 안치영이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으며 무사 만루에 봉착했다.

이후 이재학은 김상수를 투수 땅볼로 유도한 뒤 홈으로 송구해 아웃카운트 1개를 올렸다. 다만 직후가 문제였다. 공을 받은 포수 박세혁은 1루로 송구했지만, 1루수 맷 데이비슨은 이를 잡지 못했다. 그 사이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고, 주춤한 이재학은 후속타자 천성호에게도 1타점 우전 적시 2루타를 내주며 4번째 실점을 떠안았다. 해당 이닝에서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으나, 승부의 추가 KT로 기운 순간이었으며, 이재학은 2패째를 떠안았다.



그리고 이재학은 이날도 본인들의 실수를 은폐하려는 행위를 했다고 의심받는 심판진들로 인해 투구 흐름이 끊겼고, 그렇게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올해 초 들어 유독 야구의 신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이재학이다.

한편 KBO는 해당 심판들에게 즉각 경위서를 요청했다. 심판들이 본인들의 실수를 ABS 기계 탓으로 돌리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날 경우 중징계가 불가피 할 전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KBO 관계자는 “해당 심판들에게 경위서를 받는 등 사실 확인에 힘쓸 것”이라며 “사실관계에 따라 징계에 관해 논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NC 구단 역시 “4월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나온 부분에 대해 1차로 KBO에 유선으로 강력히 항의했으며 이후 KBO에 구단 차원의 ‘해당 내용에 대한 사과와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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