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기금으로 지리산에 철도 놓는 기재부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2-12-07 09:02:43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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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장혜영 의원(기획재정위원회)
정의당 장혜영 의원(기획재정위원회)

(서울=국제뉴스) 김서중 기자 = 정의당 장혜영 의원(기획재정위원회)는 기획재정부가 기후대응기금 사업으로 편성한 산악벽지용 친환경 전기열차 기술개발 사업이 사실상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임을 지적하면서, 기후대응기금의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생태환경파괴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예산은 잠정적으로 기획재정위원회 예결산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기재부는 ‘산악벽지용 친환경 전기열차 기술개발’ 명목으로 72억원의 예산을 기후대응기금에서 편성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R&D투자인 것처럼 보이나, 실제 사업내용은 지리산 산악철도의 시범노선을 건설하고 차량도 제작하겠다는 내용이다. 남원시의 계획에 따르면 추후 이를 13km까지 연장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사업의 궁극적 목표다.

원래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건설하려 했다가 여의치 않게 되자 2013년부터 산악철도 사업으로 변경하게 된 것으로, 2014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산림관광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안에 산악철도관광이 포함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는 2020년 기획재정부 예산에 ‘한걸음모델’이라는 사업으로 산악관광사업 활성화 취지에서 <하동알프스 모델>을 만들겠다며 예산을 편성했다가 비판을 받고 철회된 전력이 있는 사업인데, 이번에는 기후대응기금으로 편성해 지역을 옮겨 더 큰 규모로 재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장혜영 의원은 해당 사업의 문제점으로 세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로 해당 지역은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처 중 하나라는 점이다. 국립공원공단의 반달가슴곰 위치추적 데이터를 보면 해당 지역은 지리산 내에서도 반달가슴곰이 가장 빈번히 출몰하는 지역 중 하나다. 반달가슴곰은 천연기념물 329호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며 정부가 16년에 걸쳐 280억원을 들여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복원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철도사업은 애써 복원한 반달가슴곰의 서식처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국립공원공단이 정의당 강은미 의원에게 제출한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위치추적기를 통해 확인되는 활동지점. 왼쪽 상단의 하늘색 표시영역이 시범철도 노선 공사 구역이며, 주황색 타원이 추후 연장계획이 있는 사업 영역이다
국립공원공단이 정의당 강은미 의원에게 제출한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위치추적기를 통해 확인되는 활동지점. 왼쪽 상단의 하늘색 표시영역이 시범철도 노선 공사 구역이며, 주황색 타원이 추후 연장계획이 있는 사업 영역이다

둘째로 기후대응 기금 취지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은 사업임을 지적한다. 도로 위에 선로를 건설한다고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는 벌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남원시에서 통과된 시범사업 동의안에는 벌목 계획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관광객 유치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므로 해당지역까지의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탄소배출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방문객 증가로 인한 국립공원의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 해당 사업은 산악관광을 위해 다른 국립공원 등지 산악열차의 보급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이 연구개발 사업의 승인은 추후 전국 국립공원 생태계 파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장혜영 의원은 전기열차가 탄소배출계수가 낮다 하더라도 역시 탄소배출을 야기하며, 일반열차를 전기열차로 대체하는 사업도 아니고, 철도를 놓을 필요가 없는 국립공원에 굳이 건설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탄소감축 사업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한다. 벌목과 생태계 파괴, 유동인구 증가와 선로건설과 열차운행에 따른 탄소배출을 고려한다면 이는 기후위기대응 사업이 아니라 기후위기 조장사업이라는 것이다.

셋째로 장 의원은 시범노선이 국립공원의 흉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국립공원 내 개발은 원래 기본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매우 제한적이고 까다롭게 이뤄지는 게 정상인데, 연장노선이 들어설 사업지역이 지리산 국립공원과 백두대간 보호구역에 해당해서 국립공원법과 백두대간법 적용을 받는다.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고 환경영향평가도 받아야 노선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시범사업은 교묘하게 해당 법률을 피해갈 수 있는 구역에 선로를 건설하는 것이지만, 연장 없이는 철도의 의미가 전혀 없으므로 공원 내 철도 건설 가능 여부가 관건이 된다. 그러나 관련 규제의 존재로 노선 연장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시범노선 자체가 지리산 내 흉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게 장 의원의 관측이다.

기획재정부는 장혜영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미 128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어 사업을 중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다. 장 의원은 “이미 돈을 많이 썼기 때문에 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은 경제재정의 기초를 몰각한 황당 답변”이라며, “이미 사업과 관련한 이해관계의 생태계가 긴밀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또한 시범노선은 기본적으로 연장노선을 염두에 둔 것이고, 연장노선은 지자체가 별도의 예산과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인데 여기에 대한 인허가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일단 국비로 시범노선을 건설하겠다는 입장 역시 합리적인 예산 편성과정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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