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뉴스) 고정화 기자 = 2023년 자녀산재법이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정부에 접수된 자녀산재 보험 승인 신청은 총 10건이며, 이 중 실제로 산재 승인을 받은 건수는 단 5건에 불과하다.
반면,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SK하이닉스 등 반도체 3사는 자체 지원보상위원회를 통해 자녀질환 관련 보상만 250건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 승인 건수와 비교해 50배에 달하는 격차다.
반도체 3사는 업무 연관성에 대한 조사 없이 자체 기준(근무기간 등)에 따라 자녀질환 보상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왔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운영한 지원보상위원회를 통해 올해 6월까지 총 724건을 보상했으며, 이 중 선천성기형·소아암·희귀병 등 자녀질환 관련 보상은 84건으로 전체의 11.6%를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부터 산업보건 지원보상제도를 운영해 올해 9월까지 총 564건을 보상했고, 자녀질환 관련 보상은 108건으로 전체의 19.1%에 해당한다.
SK하이닉스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총 592건을 보상했으며, 자녀질환 관련 보상은 58건으로 약 10% 수준이다.
이학영 국회 부의장은 “정부는 제도를 만들었지만 작동하지 않고 있고, 기업이 오히려 책임을 인식하고 먼저 움직이고 있다”며 “자녀산재법의 실효성을 되짚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자녀산재법은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의 자녀에게만 산재를 인정하고 있으며, 남성 근로자의 영향은 법적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또한 법 시행 이전 출생 자녀에 대한 소급 적용도 제한적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법 시행일 전 3년 이내 출생한 자녀에 대해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해야 하며, 법 시행 이전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거나 보험급여 청구를 한 경우에만 소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법 통과부터 시행일까지 약 1년간 보험급여 청구 건수는 ‘0건’이었다.
2022년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진행한 생식보건 역학연구에 따르면, 전자산업 근로자의 산전 유기용제 노출은 남성의 경우 태아 사망·선천성 기형, 여성의 경우 백혈병 발생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학영 부의장은 “정부는 소급기간 동안 피해 의심자들이 신청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했어야 했다”며 “신청건수 0건은 제도 설계와 홍보 모두 실패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자녀산재 신청 및 승인이 저조한 원인을 정부가 직접 조사하고, 무엇을 바꿔야 제도가 작동할지 실태조사와 연구가 시급하다”며 “부모의 직업이 자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침묵하는 사이, 기업이 책임을 인식하고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로 질의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