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 ‘인간극장’이 9월 29일(월)부터 10월 3일(금)까지 매일 오전 7시 50분, 군산의 ‘효녀’ 이금례(53) 씨와 혈관성 치매 판정을 받은 어머니 서복교(94) 씨의 이야기를 담은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로 시청자를 만난다.
엄마의 시간이 과거에 멈춰선 뒤로, 딸 금례는 “엄마가 웃으면 그보다 뿌듯한 게 없다”는 마음 하나로 17년의 시간을 보탰다. 인형을 아기로 여기며 고운 손길로 쓰다듬는 엄마, 매일이 처음인 듯 엄마와 놀이를 이어가는 딸. 치매의 어둠 속에서 모녀가 찾아낸 빛은 ‘음악’과 ‘일상’이다.
금례의 하루는 인형 머리를 빗겨주는 일로 시작된다. 복교 씨는 인형 앞에서만큼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다. 딸은 엄마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을 다시 붙여주고, 다시 웃게 만든다.

집안일과 간병으로 지칠 틈마다 금례가 숨을 고르는 공간은 남편이 선물한 작은 카페. 손님이 없는 시간, 색소폰을 불고 기타를 튕기면 근심이 잠시 멀어진다. 이따금 카페 문턱을 넘는 건 딸 민희(30)가 건네는 서툴지만 정성 가득한 반찬이다. 가족의 뒷받침이 금례의 명랑함을 지켜준다.
금례가 특히 마음에 품는 건 ‘엄마의 못다 한 삶’이다. 7남매를 먹여 살리느라 하루도 쉬지 못했던 억척 엄마, 배우고 싶던 것·하고 싶던 것을 내려놓아야 했던 세월. 금례는 엄마의 머리를 손질하고 네일을 해주고, 좋아하던 김연자의 ‘기타부기’를 함께 부른다. 노래가 흐르는 순간만큼은 엄마가 치매 이전으로 돌아간 듯 표정이 환해진다.
언젠가 거동이 불편한 엄마와 함께 고향집을 찾아 영상으로 옛 추억을 불러낼 그날을 그려본다. 17년 이어온 효행으로 금례는 군산 시민의 날 효열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예고편은 일상의 작은 파동들을 포착한다. 인형을 돌보며 시작하는 아침, 카페로 출근해 홀로 보내는 고요한 낮, 평소처럼 차려낸 식탁 앞에서조차 일어나기조차 힘겨운 엄마를 바라보는 순간의 막막함까지. 금례는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다시 미소를 정돈한다.
“엄마가 아기로 돌아갔어도, 내겐 여전히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라는 고백처럼, 모녀의 발걸음은 더디지만 따뜻하다.
치매라는 거센 파도 앞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딸의 명랑함, 저물어가는 노년을 조금이라도 밝게 비추려는 가족의 연대, 그리고 음악이 건네는 위로. ‘인간극장’은 이번 주, 두 모녀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동행을 따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