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 일정을 마치고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015년 초대 대회에서 정상에 섰던 한국은 2019년 2회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목표로는 슈퍼라운드 진출을 내걸었지만,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1차전에서 대만에 3-6으로 덜미가 잡힌 한국은 쿠바를 8-4로 완파했지만, 일본전에서 3-6 분패를 당했다. 이후 한국은 도미니카 공화국과 호주를 각각 9-6, 5-2로 제압했지만, 3승 2패에 그치며 일본(5승 무패) 대만(4승 1패)에 조 2위에게까지 주어지는 슈퍼라운드행 티켓을 내줬다.
다소 아쉬운 결과이지만 소득도 있었다. 특히 김서현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하며 국가대표 필승조 자리를 예약했다.
2023년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한화의 부름을 받은 김서현은 올해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인 우완 투수다. 지난해 20경기(22.1이닝)에서 승·패 없이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5에 그쳤지만, 올 시즌 37경기(38.1이닝)에 나서 1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76을 써냈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류중일 감독의 부름을 받은 김서현. 그는 초반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1일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 전 고척 스카이돔에서 치러진 쿠바와의 1차 평가전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장기인 패스트볼은 여전히 위력이 있었으며, 슬라이더 또한 날카로웠다.
이튿날이었던 2일 만났던 류중일 감독은 “3볼에서 투수가 변화구를 잘 안 던지는데 던지더라. 계속 던지고 결국 잡아내더라. 앞으로 대성할 수 있는 선수다. 빠른 볼에 변화구만 장착이 되면 최고 투수”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서현은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다. 오랜만에 공을 던졌는데 구속이 잘 나오고 변화구도 좋아 편하게 타자들을 상대했다. 외국인 선수를 상대하는 것이 오랜만이라 긴장될 것 같았는데 마음 편하게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류중일 감독님께서) 칭찬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좋게 봐주셔서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대표팀에서) 끝까지 살아남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옆에 동석했던 류중일 감독도 “(대회) 가서 잘하자”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본 대회에서도 김서현의 활약은 계속됐다. 4경기에 출격한 그는 4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평균자책점 0.00을 써냈다. 대만전에서 1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일본전에서도 0.2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무난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이후 도미니카 공화국전에서 1.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써냈으며, 호주와 마지막 경기에서도 1이닝을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김서현이다.
연이은 호투로 자신감도 차올랐다. 한국의 대회 일정이 끝난 뒤 김서현은 “첫 경기 때는 긴장감을 느꼈는데, 경기를 치르면서 좀 더 편한 느낌을 받았다. 성인 되고 나서 첫 국제 대회인데 국내에서 던지는 것보다 좀 더 편한 느낌이 있었다”며 “이번 대회에서 얻은 게 많다. 내년 시즌 성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볼넷이 있긴 했지만, 빠지는 볼이 많이 없었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에 1군 풀 시즌을 뛰게 된다면 1년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 스스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1군은 체력 소모가 큰 무대다. 체력 보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려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과연 김서현은 2025시즌 자신의 기량을 만개시킬 수 있을까.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