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발전소 건설에 투입될 무게 380톤 규모의 발전기가 운송 중 낙하라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이 과정에서 발전기를 납품한 해외 공급사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국내 발전사와 건설사 피해가 막대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국회의원(국회 산자중기위·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은 한국동서발전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1월 착공한 음성천연가스발전소 1호기(561MW급) 사업의 준공일이 2025년 6월에서 11월로 5개월 지연됐다고 7일 밝혔다.

허 의원에 따르면, 가스터빈·증기터빈·발전기 등 주요 기자재는 독일 지멘스가 맡고, 발전소 건설 공사는 국내 A건설사가 책임지기로 하는 내용의 컨소시엄을 구성, 한국동서발전과 4700억원에 계약한 사업이다.

그러나 발전기 운송 사고로 준공이 지연됐다. 지난 4월5일 밤 11시쯤, 충남 홍성 궁리항에 하역된 발전기를 충북 음성발전소 건설현장까지 운송하던 중 공주 인근 도로에서 견인 트레일러 연결 와이어가 끊어져, 무게가 380톤에 달하는 발전기가 인근 농수로에 떨어진 것이다.

한국동서발전은 성능 및 하자보증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전도된 발전기를 수리해 다시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지멘스 측은 발전기 성능 보증은 불가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운송 책임이 있는 건설사는 새 발전기를 다시 구매할 수밖에 없었고, 2021년 계약 당시 약 90억원이었던 발전기 가격은 어느새 160억원으로 뛰었다.

해외 기자재 공급사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건설사와 발전사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건설사는 발전기 구입비로 약 70억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한편 공정촉진비와 준공지연배상으로 약 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 역시 5개월 동안 가동하지 못함에 따라 발전영업의 차질이 발생하게 됐다.

때문에 해외 공급사 기자재에 대해 국내에서 검사 및 보수 체계가 구축됐다면 손실을 줄였을 것이란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며, 유사한 사고에 대해 국내 공급사의 발 빠른 대처로 준공 일정을 맞춘 사례를 비춰보면 해외 공급사 기자재에 대한 점검·수리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4월17일 밤 11시쯤에는 한국서부발전이 건설 중인 구미천연가스복합발전소에 납품 예정인 배열회수보일러의 모듈 1개를 실은 트레일러가 경북 의성군 도로에서 도로 밖으로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제품의 국내 제작사는 모듈을 공장으로 이송한 뒤 20일 동안 전수검사 및 정비, 수압시험 등을 끝내고, 계약일인 5월14일까지 납품을 완료했다. 하자보증기간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해줬다.

사고가 발생난 보일러가 해외 제작사 기자재였다면 국내에서 보수가 불가해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했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며, 통상 500MW급 발전기 한호기당 매출이 하루에 7억~10억원에 달하는 만큼 해외 기자재가 고장 또는 운영상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에서 적기에 점검·수리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동서발전은 음성 2호기에 대해 국제 경쟁입찰을 통해 1호기와 같은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고장 또는 파손 시 국내에서 긴급수리뿐 아니라 성능보증까지 할 수 있도록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허 의원은 밝혔다.

허종식 의원은 “해외 기자재 공급사 문제는 일부 발전사에 국한된 현안이 아닌 만큼, 정부는 불공정 계약조건이나 이행, 정보의 비대칭성 등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해외 공급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수리 또는 조립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해야만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