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KIA 타이거즈의 정규시즌 우승을 견인한 이범호 감독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이 감독이 이끄는 KIA는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이숭용 감독의 SSG랜더스에 0-2로 패했다.
그러나 KIA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같은 날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2위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에 4-8로 패하며 하나 남아있던 매직넘버가 자동 소멸된 까닭이었다.
KIA의 정규리그 우승은 지난 2017년 이후 7년 만이자 단일리그 기준 통산 7번째(1991년, 1993년, 1996년, 1997년, 2009년, 2017년)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이던 2017시즌 KIA 유니폼을 입고 정규리그 우승은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한 바 있다.
그는 “정규리그 우승을 2017년 했다.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정말 좋았다. 이렇게 빠른 시일 안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도 못 했다”며 “(야구장에 오기 전) 2017년 우승할 때 함께 하셨던 김기태 감독님과 통화를 한 번 하고 왔다. 그 기운이 남아있는 것 같다. 정규리그 남은 시간을 선수들과 잘 보내고 한국시리즈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정규리그 우승까지 가는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KIA는 시즌 중반 잦은 부상자들의 발생으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단 이는 이범호 감독을 비롯한 KIA 선수단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하면서 너무 많은 시련을 주시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부상 선수가 늘어났다. 투수들이 계속 빠져나갔을 때가 가장 큰 위기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그러다 보니 조금씩 걱정되는게 있었는데, 선수들이 자리를 잘 메워줬다. 우리 선수들이 돌아왔을 때 팀이 더 강해지고 그런 것을 보면서 쉽게 무너질 팀이 아니겠다 생각했다.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팀 선수들과 같이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겠다 생각했다. 7월 달부터 안 넘어지는 것을 보고 충분히 성적 낼 수 있겠다 싶어서 자신감 있게 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KIA 선수단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이식한 것은 분명 사령탑의 공이 컸다. 자신감이 생긴 선수들은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았고, 승리라는 결과물을 얻어왔다.
이범호 감독은 “플레이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어떤 선수가 그 자리에서 더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게 코치진의 역할이다. 제가 14년 간 KIA에 있으면서 확실히 느끼는 게 오늘 한 경기는 실패해도 내일부터는 이길 수 있는 선수들이라는 것”이라며 “선수들이 마음껏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한다면 1회부터 9회까지 언제든 점수를 낼 수 있다고 봤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누가 나가든 누구든 잘 할 수 있으리라 봤다. 선수들에게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 좋은 생각들을 만들어 주려 했다”고 밝혔다.
타이거즈는 역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경우 100% 우승을 차지했다. 사령탑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터.
그럼에도 이 감독은 “부담은 없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당연히 올라가면 우승하는 것이다. 이루지 못한다고 하면 안 된다”며 “남은 시간 동안 선수들과 한국시리즈 고민을 할 것이다. 어떤 분위기가 조성되는지, 힘든 상항이 생겼을 때 돌파하는 법 등을 다시 돌아보고 시리즈를 했던 많은 분들께 조언도 구해볼 생각이다. 한국시리즈까지 한 달 정도 남았지만 해야 할 것이 매우 많다. 어떻게 하면 우승하고 4경기를 이길 수 있는지만 계속 고민할 것이다. 선수들과 좋은 분위기 만들어 12번 올라가도 또 우승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준비하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인천=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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