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물고기 두 마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둘이 함께 헤엄쳐 가다가 맞은 편에서 오는 연로한 물고기와 마주쳤습니다. 이 나이 든 물고기는 젊은이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는 물었습니다. “좋은 아침이네, 젊은 친구들. 오늘 물이 어떤가(How is the water)?” 두 젊은 물고기들은 그냥 지나쳐 갔습니다. 그렇게 조금 가다가, 결국 한 마리가 다른 물고기를 보고 말합니다. “야, 근데 도대체 물이 뭐야?”
미국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2005년 여름, 그가 미국 오하이오주 대학 졸업식에 가서 한 축사의 도입부에 나오는 우화다. 이 물고기 이야기의 요지는, 가장 당연시되고 중요한 것들이 사실은 종종 제대로 보고 말하기는 가장 어렵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2025학년에 늘어난 의대 정원 2천 명을 반영한 각 의대 입학정원을 3월 중에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4월까지 발표하기로 했던 것이지만, 의사들의 투쟁이 가시화되자 앞당겨버렸다. 16일 오후 6시 기준, 전공의 수 상위 수련병원 100곳 중 23곳에서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후 불이행확인서를 내리자, 원래보다 2배보다 더 많은 480명이 사직 의사를 추가로 밝힌 것이다. 서울 대형 빅5 병원을 포함한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반대에 따른 사직으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이겠는가. 결국 환자, 국민이 된다. 게다가 의대 본과 4학년을 비롯한 전국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하면 각 의대는 학생 없는 3월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의대 졸업에 전공의 과정까지 10년 후에나 배출될 의사 2천 명이 나오기도 전에 현재 활동하고 있던 의사들을 잃어버릴 수 있는 셈이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당장 내년 신입생을 선발하더라도 의대 교육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 2025년 예비 신입생 2천 명은 동맹 휴학한 선배들의 복학과 동시에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늘어난 인원으로 입학하자마자 두 학년 학생이 서로 동시에 학업을 해야 하면 강의실은 아수라장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2025년 지역인재전형을 중심으로 선발한 신입생의 합격선은 현재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잖은가. 무더기로 증원된 의대생들이 경쟁에서 넘어지면 유급이 속출할 수도 있어 의사의 길은 멀기만 하게 된다.
의료계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는 의대 증원 발표. 갑자기 증원하면 교육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후유증만 심각하게 남길 수 있다. 부디,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협의하여 의료의 백년지대계를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하는 정부이기를. 하루하루 온전한 ‘물’을 경험하며 나의 환자를 위해 숨 쉬며 살아갈 수 있기를.
김광재 기자 kjk@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