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문곤과 이배, 아름다운 길을 가다.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4-02-04 09:52:35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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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문곤과 이배, 아름다운 길을 가다.

김진혁 문화예술로본 대구이야기 화가 학강컬렉션 대표

김진혁 문화예술로본 대구이야기 화가 학강컬렉션 대표 작가 문곤과 이배
지난 1월 23일 청도읍 모계중.고등학교에 한국의 대표미술가 이배(1956~)작가가 장학금 3억원을 기탁했다고 많은 언론에 보도 되었다. 모계중 23회 졸업생 이배작가는 젊은시절 이름은 이영배 였다. 청도에서 태어났다. 모계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미술교사 문곤(1943~2001)을 만나면서 재능을 키웠으며 화가의 꿈을 다졌다.이후 대구 영신고등학교에 진학하였다. 청도에서 교직을 그만두고 문곤이 경영한 반월당의 한국미술학원에 다니면서 본격적인 입시미술을 시작하였다. 중학생때 부터 맺은 인연이라 두사람의 관계는 특별하였다.

홍익대학교에 진학한 이영배는 방학때 대구로 내려와 스승 문곤을 만났다. 70년대 후반 재학시절 재경화우회 멤버로 대구시민회관 전시장에서 열린 '개개전'이라는 전시회에 야심찬 작품을 선보였다. 패철근들을 구부려 큰 덩어리를 만들고 철근 끝을 뾰족하게 연마하여 날카로운 개념의 입체작업을 발표했다.

당시 오픈날 필자도 함께한 뒷풀이에서 이배 자신의 누드를 찍은 수십장의 흑백사진을 보여주며 신체에 관한 임펙트한 실험미술의 의지를 강조한것이 기억된다. 그의 첫 인상이 단순 명쾌하였다. 이십대 청년학도 이영배는 향후 대단한 작가로 나아갈 것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그의 스승 문곤은 지역에 잘알려진 화가이자 예술행정가 였다. 미술학원을 경영하며 많은 제자를 키웠다. 그러면서 대구현대미술제 등에 참여 하였고 주위 예술인들에게 다정다감 하였다. 우스갯소리로 "문곤에게 술한잔 대접 받지않은 사람은 대구예술인이 아니다." 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중앙로 밤거리의 낭만을 베푼사람 이었다. 젊은 현대미술작가들이 세미나 장소가 없을때도 이사온 삼덕동 미술학원을 사용하도록 배려했다. 자신도 밤늦도록 색면추상화나 성냥을 이용한 화면을 태우는 독창적 조형어법으로 화가의 삶도 열심히 이어갔다. 그는 길을 가다 도로 건너편에 지인을 보아도 잠시 기다리라 하고 건너와 손을 잡고 안부를 물어볼 정도의 정이 넘치는 문곤이였다. 이정도 친화력이니 지역의 여러 예술계 사람이 문곤과 함께한 술자리는 늘 즐거웠다. 허나 대구예총회장을 연임하던 중 지병으로 50대 후반에 작고하였다.

세월이 흘렀다. 스승은 떠났고 제자는 명실공히 국제적 작가로 발돋움하며 청도와 대구,파리,뉴욕을 오가며 전시를 펼친다. 작년에 뉴욕의 한복판에 대형 숯덩어리 입체설치작품을 선보여 미국화단을 강타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미술계에 화제가 되었다. 현재 진행되는 국내외 메이저 옥션에 이배작가의 작품가격은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동양의 서법에서 보이는 필획을 시대감각으로 변용한 미니멀한 단색화이다.

얼마전 만나본 그는 말수도 줄어들고 중후한 아티스트가 되어 흰머리카락에 연륜이 돋보였다. 연어는 산골 계곡천에 살다 강을 거쳐 바다에 오랜기간을 보내다 다시 강을 따라 산골 계곡으로 힘차게 오른다고 했다.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거장으로 청도와 대구에 보다 뜻깊은 의미를 준 그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통이 큰것을 볼때 그 스승에 그 제자이다. 삶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길, 문곤 이배 장학회...

청도 출신 화가 이배와 문곤, 아름다운 길을 가다.


최미화 기자 cklala@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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