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그곳] 팅커테일러솔져스파이 : 페스트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4-02-01 15:42:49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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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우강을 사이에 두고 부다와 페스트지역으로 나눠져 있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는 가성비 좋은 여행지다. 사진은 페스트지역에 있는 중앙시장 내부. 출처-Pixabay
냉전(cold war)이란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과 소비에트 연방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국가들 간의 총성없는 전쟁을 말한다. 영국의 전래동요에서 제목을 따온 ‘팅커테일러솔져스파이’는 냉전시대 영국비밀정보부에 잠입한 스파이를 색출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다. 스파이영화지만 미션임파서블 같은 액션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게리 올드만,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앞으로는 두 번 다시 모으기 힘든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 액션의 갈증은 자연스레 해소된다.

영화의 도입부. 헝가리의 한 장군으로부터 소련 KGB와 내통하는 스파이가 있다는 첩보를 받은 영국 정보국은 부다페스트로 현장요원을 보낸다. 이때 자연스럽게 디졸브되면서 카메라는 부다성에서 찬찬히 다뉴브강 건너편을 훑는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는 부다와 페스트 지역으로 나뉘는데 영화 속 카메라 시선이 움직이는 곳이 바로 페스트지역이다. 1873년 세체니 이슈트반 백작의 영도 아래 부다와 페스트가 합쳐지면서 중부유럽 최대의 도시인 인구 180만의 부다페스트가 됐다. 하늘에서 보면 도나우강의 서쪽이 부다, 동쪽이 페스트다.

언덕이라는 의미의 부다는 오르락내리락이 심하고 그 언덕 높은 곳에 왕궁이 위치해 있다. 왕궁에서 도나우강을 내려다보고 섰을 때 왼쪽에 어부의 요새와 역대 왕들의 대관식이 열린 마차슈성당이 있다. 성벽에서 왼쪽 바로 아래에 내려다 보이는 다리가 유명한 세체니다리다. 세체니는 다리 건설을 추진한 백작 이름이기도 하지만 다리에 매달려 밤을 밝히는 전구의 모습이 사슬과 같아서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부다페스트의 관광 중심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부다를 떠올리지만 사실 이곳저곳 걸어다니며 먹고 마시고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은 페스트지역이라고 하겠다. 부다와 페스트를 오갈 때는 버스,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지만 한 곳을 둘러본다면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다녀도 된다. 페스트지역 역시 걸어다닐만 하다. 단, M1지하철은 한번 타보자. 세계에서 3번째, 유럽 본토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지하철로 페스트지역만 운행한다.

페스트 지역 볼거리 중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그레이트마켓홀이라고 불리는 중앙시장이다.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성당 느낌의 3층 건물 안에 180여개의 상점들이 잘 정리돼 있는 곳으로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다음으로는 부다페스트 온천 11개 중 가장 규모가 큰 세체니온천이 있다. 부다페스트는 로마시대 때부터 온천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국회의사당도 페스트의 관광명소다. 내부 콘텐츠(?)가 아니라 건물 하드웨어를 말한다. 헝가리 국회의사당은 낮에도 웅장함을 자랑하지만 밤에 건너편 부다에서 내려다보면 그 야경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김승근 기자 ks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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