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황민우 기자]](https://cdn.tleaves.co.kr/news/photo/202508/7965_14610_479.jpg)
국내 보일러 대표 기업인 귀뚜라미가 본업 부진을 겪고 있다. 이는 경쟁사 경동나비엔과 대조된다.
경동나비엔은 본업인 보일러 부문에서 경쟁력을 높여왔다. 그 결과 해외 시장을 포함한 성장세가 귀뚜라미를 앞섰다.
반면 신사업 확장에 무게를 둔 결과 귀뚜라미는 뒤쳐지게 됐다. 본업을 뒷전에 두면서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게 된 셈이다.
60년 본업 흔들린 이유
귀뚜라미보일러는 지난 1962년 설립된 신생보일러공업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귀뚜라미는 대한민국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에 전통 온돌난방을 현대화한 연탄보일러를 공급하며 국내 난방 문화 혁신을 불러왔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한 국내 보일러 산업이 2000년대 들어 침체기를 맞자 귀뚜라미는 냉방·공기조화·에너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종합 냉난방 에너지그룹으로 탈바꿈했다. 반면 보일러 부문 사업은 점차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기준 귀뚜라미 전체 매출 1조7800억원 중 보일러 중심 난방 사업을 제외한 사업 매출은 70% 비중이다.
최근 보일러 부문 실적도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귀뚜라미의 보일러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으며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 경동나비엔은?
![귀뚜라미. [그래픽=황민우 기자]](https://cdn.tleaves.co.kr/news/photo/202508/7965_14611_4735.jpg)
국내 보일러 시장이 건설업 침체와 저출산 등으로 침체기에 접어든 시점에 국내 보일러 업계 1,2위를 다투는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의 대처 전략은 갈렸다. 귀뚜라미는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선 반면 경동나비엔은 본업인 보일러 부문을 살리기 위해 판매 영역을 넓혔다.
귀뚜라미는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3년에 걸쳐 귀뚜라미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센추리 순으로 국내 냉동·공조 업체들을 인수하며 신사업 확장에 주력한 데 반해 경동나비엔은 국내에서 쌓은 콘덴싱 기술과 함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경동나비엔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은 70%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2006년 미국 법인을 설립했고 북미 포함 47개국으로 수출을 확장해 왔다. 또한 해외 시장 공략에 힘입어 지난 2021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귀뚜라미는 매출액 3000억원대에서 정체된 상태다.
최근 영업이익도 경동나비엔이 앞섰다. 지난해 경동나비엔은 영업익이 13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1%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귀뚜라미는 지난해 손실만 45억원으로 적자 폭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무색해진 원조 보일러 기업 타이틀
귀뚜라미는 냉방·공조 계열사들이 성장하고 있는 데 힘입어 그룹 전체 매출 자체는 증가세다. 지주회사인 귀뚜라미홀딩스는 지난 2022년 매출 1조원 돌파한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 주력인 보일러 부문은 약화된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귀뚜라미의 보일러 부문 매출액은 지난 2023년 3409억원에서 지난해 3225억원으로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2억원에서 45억원으로 적자 폭이 23억원 커졌다.
귀뚜라미는 수익성뿐 아니라 원조 보일러 기업으로서 쌓아온 이미지도 최근 흔들리고 있다. 귀뚜라미는 하청업체로부터 납품받는 단가를 낮추고자 보일러 센서 기술자료를 중국 경쟁사에 유출한 혐의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경동나비엔이 먼저 개발한 보일러 열교환기 상품을 판매하면서 특허권 침해 소송에도 휘말려 있는 상태다.
한편 귀뚜라미가 본업인 보일러 경쟁력을 크게 제고할 계획은 없어 보인다. 현재 귀뚜라미는 회사 정체성과 비전을 설립 이래 후천적으로 세운 냉난방 공조에 두고 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귀뚜라미는) 보일러 전문회사를 넘어 에어컨에서부터 원자력 발전소, 반도체공장, 데이터센터, 잠수함의 냉동공조기까지 수출하는 세계적인 보일러·냉난방·냉동공조 회사로써 우리나라의 냉난방 공조 에너지 산업 기술력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일러 부문은) 해외 시장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미국·러시아 등 주요 수출 국가에 지역 특화 신제품 출시로 매출 확대를 도모하고 지역별 주요 거점 국가를 토대로 주변 국가에 대한 진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달님 기자 pmoon55@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