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 ‘기브미스포츠’는 6일(이하 한국시간) “엔도는 불과 1년 전인 지난 여름 이적시장 리버풀에 합류했지만, 아르네 슬롯 신임 감독이 찾고 있는 선수가 아닐 수 있다”면서 “슬롯 감독은 거친 태클을 하는 유형의 선수 보다 플레이메이커로 경기를 책임질 자원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래틱’도 6일 “아르네 슬롯 감독 시대의 리버풀의 첫 영입을 기다리는 동안 홀딩 미드필더 포지션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리버풀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영입하게 될까? 이번 프리시즌 투어는 6번 유형(수비형 미드필더)의 선수를 원하는 의견을 잠재우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리버풀의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 보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해당 매체는 “아르네 슬롯 리버풀 감독이 프리시즌 투어 기간 엔도, 도미니크 소보슬라이, 라이언 그라벤베르흐를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배치했고 6전 전승을 거뒀다. 슬롯은 맨유전 그라벤베르흐의 활약을 칭찬하긴 했지만 새로운 타깃을 찾고 있다”면서 엔도 등의 기존 리버풀의 수비형 미드필더 뎁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특히 디 애슬레틱은 엔도를 가장 부진했던 미드필더 자원 중 하나로 꼽았다. 디 애슬레틱은 이어 “엔도는 슬롯 감독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리버풀 선수단의 몇 안되는 선수였다. 이 일본 국가대표 선수는 점유율을 중시하는 슬롯 감독의 경기 플랜과는 잘 맞지 않는 듯 하다”면서 슬롯 감독의 전술에 엔도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짚었다.
실제 리버풀은 프리시즌 투어 기간 다양한 선수들을 테스트하면서 빅리그 팀들을 상대로 6전 전승을 거두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특히 대부분의 선수들이 활발한 움직임으로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려 애썼지만 엔도는 선발 출전한 레알 베티스전, 후반 교체 투입된 아스널전, 맨유 전 등 경기 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나아가 해당 매체는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PL)가 아닌 다른 해외 리그에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스페셜리트를 찾고 있다. 이번 주 이적 시장 상황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리버풀이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를 데려올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이기도 한 엔도에겐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다. 만약 리버풀이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를 영입한다면 현재 선수단에서 입지가 가장 위험해지는 건 다름 아닌 엔도다. 큰 이적료를 들여와 영입한 소보슬라이는 보다 공격적인 위치나 윙어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용될 여지가 있다.
흐라벤베르흐 역시 좋은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여러 포지션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면모를 갖고 있어 엔도와 역할이 겹치고 아직 만 22세로 미래가 창창한 유망주란 점에서 가치가 훨씬 높다. 공개적으로 흐라벤베르흐의 활약상을 슬롯 감독이 칭찬한만큼 올해는 더 중용될 여지가 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이기도 한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 등 다른 기존 중앙 미드필더 자원 역시 점유율을 중시하는 슬롯 감독의 전술 스타일상 핵심 자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왕성한 활동량과 수비력 등이 주무기인 엔도는 현재 슬롯 체제에서 겉도는 자원이 됐다.
실제 프리시즌에서도 엔도는 그라벤베르흐와 소보슬라이에게 모두 경기력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고, 많은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다.
불과 1년 전부터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엔도는 클롭 전 감독의 신임을 받으면서 총 35경기 선발 출전해 3득점 1도움을 기록하는 등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클롭 전 감독은 “엔도는 내가 만난 선수 중 가장 성실한 선수”라며 엔도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엔도의 선수 커리어를 돌이켜보더라도 그런 성실성과 노력의 면모는 드러난다.
2011년 일본 프로 축구 J리그 쇼난 벨마레에 입단해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엔도는 이후 우라와 레즈로 팀을 옮기면서 일본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성장했다. 178cm에 76kg이란 축구선수로는 평범한 신체조건에 뛰어난 기술 등이 없는 수비형 미드필더임에도 불구하고 이후 차근차근 유럽 커리어를 밟아갔다.
먼저 2018년 벨기에 리그의 신트트라위던 VV로 이적해 좋은 모습을 보였고 2019년 8월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에 있던 Vfb 슈투트가르트로 임대 이적하면서 드디어 유럽축구 중심부로 자신의 커리어를 한 단계 도약 시켰다. 1부리그 승격에 기여하면서 엔도는 2020년 7월 슈투트가르트에 완전 영입되면서 빅리거로 활약을 이어갔다.
특히 엔도는 2021-22시즌을 앞두고 성실한 모습과 그간의 리더십을 인정 받아 슈투트가르트의 주장을 맡았다. 다양한 포지션을 오가며 2022-23시즌까지 팀의 1부리그 잔류에 힘을 보탰다.
그런 활약을 통해 엔도는 도쿄올림픽과 카타르 월드컵 등을 거치면서 일본 국가대표팀의 캡틴으로 성장했다. 또한 2023년 8월 만 30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리버풀로 깜짝 이적하면서 인간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무색무취의 스타일로 인해 ‘전술가’ 슬롯 감독의 눈에는 영 차지 않는 계륵 같은 선수가 되고 만 모습이다.
엔도의 거취를 둘러싸고도 영국 현지에서도 팽팽한 찬반 여론이 맞붙고 있는 모습이다. 다재다능하고 궂은 역할을 도맡아 할 수 있는 엔도의 성향 등을 고려할 때 잔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엔도가 이미 만 31세로 축구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인데다 신임 슬롯 감독이 선호하는 선수가 아닌 만큼 이적료를 발생시킬 수 있을 때 매각해, 그 비용을 더해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대형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적 시장이 열린 이후 공격적인 이적 시장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프랑스 리그1의 올림피크 드 마르세유가 엔도의 영입을 위해 1400만 유로(약 208억원)를 제시했지만, 리버풀이 이를 거절한 바 있다. 분데스리가 복수의 팀도 다시 엔도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상황인만큼 엔도를 매각해 더 확실한 주전이 될 수 있는 대형 영입을 바라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는 모양새다. 자신을 선호하지 않는 감독에 더해, 매각 여론까지 점차 커지면서 일본 국가대표팀 캡틴 엔도의 거취가 계속해서 위태로워지는 분위기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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