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짝대기'의 투혼, '정석'의 벽에 막혔다!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1-11 22:39:35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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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전설 의 다니엘 산체스와 베트남의 강호 마민껌이 결승에서 만났다./@pba 
스페인 전설 의 다니엘 산체스와 베트남의 강호 마민껌이 결승에서 만났다./@pba

(정선=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결국, 승부처에서 빛난 것은 수십 년간 다져온 '정석의 힘'이었다.

오늘(11일)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4강전에서 '스페인의 전설' 다니엘 산체스와 '베트남 특급' 마민껌이 '짝대기'로 통칭되는 이상용과 이승진을 각각 세트스코어 4:3, 4:2로 제압하고 대망의 결승 무대에 올랐다.

이상용과 이승진은 비록 피말리는 경기 끝에 패배하긴 했으나,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당구의 묘미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줬다. 하지만 승부의 향방을 가른 것은 마지막 고비, 숨 막히는 순간에 버텨낸 '종잇장 한 장'에 비견되는 '집중력'의 차이였다.

스페인의 전설 '4대천왕'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pba 
스페인의 전설 '4대천왕'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pba

# 벼랑 끝에서 가동한 산체스의 '포스트시즌 모드'

산체스와 이상용의 경기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1~5세트까지의 과정은 이상용이 산체스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1세트를 8:15(11이닝)로 내준 뒤 2, 3세트를 연달아 15:11(7이닝), 15:9(7이닝)로 가져오며 세트스코어 2:1로 역전, '대어'를 낚는 듯했다.

산체스가 4세트를 15:7(10이닝)로 만회하며 2:2 균형을 맞췄으나, 이상용은 5세트 8점 하이런을 폭발시키며 15:4(6이닝)로 다시 달아나 3:2 리드를 잡았다.

경기 통계/@pba
경기 통계/@pba

벼랑 끝에 몰린 6세트. 이곳에서는 1~5세트와는 전혀 다른 '전설'의 모습이 드러났다.

산체스는 마치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처럼, 정규시즌(1~5세트)에는 힘을 안배하다 챔피언을 결정하는 포스트시즌(6, 7세트)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6세트 1이닝 2점, 2이닝 7점, 3이닝 1점으로 10:2 리드를 잡더니, 5이닝째 남은 5점을 채워 넣으며 15:2, 단숨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운명의 7세트. 2:1로 맞선 3이닝, 이상용이 먼저 5점 하이런을 터뜨리며 2:6으로 치고 나갔다. 승리의 여신이 이상용에게 미소 짓는 듯했다. 하지만 공격권을 넘겨받은 산체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하이런 7점으로 응수하며 결국 11:6으로 경기를 끝내버리는 환상적인 마무리 능력을 선보였다. '4대천왕' 다운, 산체스다운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이로써 산체스(AVG 1.633)는 올 시즌 세 번째 결승 무대에 올라 커리어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마민껌(베트남, nh농협카드)/@pba
마민껌(베트남, nh농협카드)/@pba

# '이기는 당구'의 정석, 마민껌의 냉철한 승부

마민껌은 이승진을 상대로 '이기는 경기'가 무엇인지 교과서처럼 보여줬다. 1세트를 15:9(7이닝)로, 2세트 접전 끝에 15:14(10이닝)로 가져오며 2:0으로 앞서 나갔다.

이승진이 3세트, 단 3이닝 만에 0:15로 반격했으나 마민껌은 흔들리지 않았다. 4세트를 15:12(8이닝)로 다시 가져와 3:1을 만들었다. 이승진 특유의 변칙적인 경기 운영과 폭발적인 공격력에 많은 선수가 휘둘리며 무너졌지만, 잘 정립된 이론과 굳건한 멘탈로 무장한 마민껌은 달랐다.

5세트를 8:15로 내주며 추격을 허용했지만, 6세트를 15:10으로 매듭지으며 4:2,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통계/@pba
경기 통계/@pba

이날 애버리지는 마민껌(1.478)이 이승진(1.667)에게 오히려 뒤졌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세트를 가져오는 결정력, 즉 '승리의 공식'은 마민껌이 한 수 위였다.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한 마민껌은 자신이 2022년 커리어 첫 우승을 차지했던 바로 이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통산 두 번째 우승이라는 감동적인 서사에 도전하게 됐다.

이제 모든 시선은 오늘(11일)밤 21:00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리는 '스페인 전설' 산체스와 '베트남 강호' 마민껌이 맞붙는 결승전으로 향한다. 두 정통파 거장이 빚어낼 명승부가 벌써부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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