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좋은 건물은 왜 이렇게 안 나올까? ‘매수가 예술’인 이유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0-22 20:40:3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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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배 ㈜라움 이사(국제뉴스DB)
손종배 ㈜라움 이사(국제뉴스DB)

본인의 경험에는, 많은 클라이언트 분들과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좋은 건물이 없어요?”, “몇 년을 봤는데도 아직 못 샀어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투자를 시작하고 일정 시점이 되면 느끼는 공통된 의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을 오래 들여다보면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좋은 물건은 원래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좋은 건물은 ‘시장에 나올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임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입지와 미래 가치가 모두 뛰어난 자산이라면 소유자는 굳이 팔지 않습니다. 서울 핵심 상권의 상업지 건물일수록 ‘팔면 다시 사기 어렵다’는 사실을 소유자 본인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물건은 자연스럽게 시장에 머물며, 매물로 등장할 확률이 극히 낮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건물이 시장에 등장하려면 어떤 일이 벌어져야 할까요? ‘사연’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져 자금 유동화가 급해지거나, 상속 이슈가 있는데 소유주의 기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등 불가피한 경우 등입니다. 즉, 외부 요인이 매도를 강제해야만 좋은 물건이 시장에 얼굴을 내밉니다. 이런 특수한 사정이 없다면, 진짜 알짜 건물은 결코 스스로 나오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밸류를 아는 사람들끼리의 기싸움’입니다. 좋은 물건은 보는 사람도 안목이 있습니다. 매도자는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매수자는 “그 가격이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결국 서로의 밸류 판단이 비슷하기 때문에, 가격이 쉽게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은 물건이 시장에 잠시 등장하더라도 거래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서울 상업지 시장에서는 ‘매도가 예술’이라는 말이 있지만 본인은 ‘매수가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생각에는, 진짜 실력 있는 투자자는 파는 사람이 아니라 사는 사람입니다. 매도 시점에 시장 밸류보다 비싸게 팔기는 어렵지만, 밸류 대비 싸게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입니다. 좋은 매수는 감이 아니라 철저한 분석력과 관찰력, 그리고 빠른 실행력의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시장 평균보다 10% 저렴하게 매수한 건물은 향후 시장 상승기에 수익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반면 시장가보다 조금만 비싸게 사도, 회수 시점에 수익이 거의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싸게 사는 능력’이 곧 투자자의 실력입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싸움이 아니라, 시장을 꿰뚫어보는 관찰력과 타이밍 판단력에서 비롯됩니다.

서울 상업지 시장은 냉정합니다. 100개의 물건이 매물로 나와도, 실제로 투자 가치가 있는 것은 많아야 1~2개뿐입니다. 대부분은 밸류 대비 매도가가 과측정 되어있거나 가격이 좋아 보여도 사실은 밸류가 그리 높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싸 보이는’ 물건에 들어가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좋은 물건을 찾는 일은 기다림이 아니라 준비의 문제입니다. 시장을 꾸준히 관찰하고, 밸류 판단 기준을 명확히 세워두며, 기회가 왔을 때 즉시 움직일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좋은 물건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오지 않습니다. 늘 시장을 읽고, 손에 쥘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옵니다.

본인의 생각에는, 서울 상업지에서의 진짜 승부는 매수가 결정한다고 봅니다. 건물 투자에서 매수는 단순한 시작이 아니라, 전체 성과의 80%를 좌우하는 핵심입니다. 좋은 건물을 잡는 사람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준비된 사람입니다. 결국 좋은 물건은 우연히 오는 게 아니라, 준비된 투자자에게만 열리는 문입니다.

-외부기고 및 칼람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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