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박승민 기자) 나이를 잊은 듯한 활약이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포수 양의지는 지난 5일 창원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열린 경기에 4번 타자 포수로 출장해 5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이날 활약을 통해 시즌 타율을 .333까지 끌어 올린 양의지의 이번 시즌 공격 지표는 놀라운 수준이다. 롯데 빅터 레이예스(타율 .335)에 이어 kt위즈 안현민과 함께 리그 공동 2위에 자리하고 있는 타율도 훌륭하지만, 38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장타력을 과시하며 기록 중인 20개의 홈런과 .940의 OPS는 전성기 시절 못지않다.
양의지의 타격 전성기 시절 OPS는 1을 넘나들었다. 타자로서 최고 수준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이 KBO리그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투고타저'인 축에 속한다는 점을 양의지의 wRC+(조정 득점 창출력)가 말해준다.
양의지가 OPS 1.012를 기록했던 2018시즌 양의지의 wRC+는 162.8이었다. wRC+는 100을 평균으로 구장의 파크팩터 등 각종 가중치를 투입해 산출한다. 시즌 성향이 투고타저이면 비슷한 타격 성적에도 상대적으로 OPS가 올라간다.
양의지는 이번 시즌 163.1의 wRC+를 기록하고 있는데, 본인 커리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본격적으로 주전 포수로 활약한 2010시즌부터 프로 1군에서 16시즌을 치렀는데, 38세 시즌에 본인 커리어 세 번째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감소하고 있던 장타력을 회복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양의지는 NC 다이노스 시절이던 지난 2021시즌 이후로 세 시즌 간 장타율 5할을 채 넘기지 못했다. 2022시즌 .480, 2023시즌 .474, 2024시즌 .379의 장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포수로서 매우 훌륭한 지표이지만, 전성기의 화력을 생각하면 양의지 역시 에이징커브를 쉽게 피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이 일각에서 존재했다.
하지만 보란 듯이 장타력을 회복했다. 지난 2022시즌까지 다섯 시즌 연속 20홈런을 달성한 이후로 두 시즌 연속 20홈런 달성에 실패했지만, 장타 능력이 다시금 회복되며 이번 시즌 20홈런 고지에 올랐다. 지난 시즌 리그 장타율은 .420 수준이었는데, 이번 시즌은 .387 수준으로 3푼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양의지의 장타력은 오히려 회복됐다는 점에서 의문이 든다.
추측할 수 있는 지표로는 타구 속도의 상승이다. 메이저리그 야구 통계를 제공하는 사이트 'Fangraphs'에서는 KBO리그 선수들의 타구 속도와 관련한 통계를 제공하는데, 양의지의 Hard%(하드힛 비율)은 지난 시즌 27.4% 수준에서 이번 시즌 32.1% 수준으로 증가했다. 전성기를 보낸 NC 시절 30~33%를 오갔던 것을 고려하면, 다시금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이 돌아왔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황혼이 가까워지는 나이이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클러치 상황에서도 활약이 돋보인다. 이번 시즌 득점권 타율은 .368, OPS는 .929로 훌륭하다. 팀 내 5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 중 1위이다. 득점권에서 고의사구 역시 6개를 얻어내며 여전히 가장 '부담스러운' 타자로 인식되고 있다.
두산은 이번 시즌 9위에 머물러 있지만, 조성환 감독대행의 부임 이후 다양한 선수들이 각 포지션에 자리를 잡으며 팀 전력을 단단하게 꾸려나가고 있다. 박준순, 오명진, 안재석 등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가운데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은 여전히 양의지가 해내고 있다. 이번 시즌 전성기 수준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양의지가 남은 시즌 어떠한 활약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두산은 오는 9일 수원에서 kt위즈를 상대할 예정이다.
사진=두산베어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