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시장에서 발행어음 사업이 활발할 전망이다. 정부가 초대형 투자은행(IB)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어서다. 새로 인가 신청을 낸 증권사들과 이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증권사들까지 현황을 짚어본다.
![[그래픽=황민우 기자]](https://cdn.tleaves.co.kr/news/photo/202509/8068_14755_3816.jpg)
메리츠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에는 그간 강점인 부동산을 내려두고 전통 투자은행(IB)에 무게를 두려는 움직임이다. 이는 최근 당국이 발표한 법률 개정안의 취지와도 맞다.
고위험 부동산 PF 투자를 줄이는 대신 메리츠증권은 당국이 바라는 대로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통 IB와 리테일 부문을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발행어음 사업에 변수가 되는 건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한 사법 리스크다. 다만 검찰 조사에 따른 혐의가 그간 발견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인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발행어음 조달 자금으로 전통 IB 강화 초점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경쟁사들과 같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한 메리츠증권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된 자금을 부동산 PF에 투자하지 않을 예정이다. 당국이 발행어음 부동산 운용 한도를 하향하기로 했지만 이 한도마저 사용하지 않겠다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금융투자업규정’, 그리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개정안을 예고하면서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의 조달 자금에 대한 부동산 관련 운용 한도를 기존 30%에서 10%로 하향했다. 모험자본 공급 비율은 25%까지 늘릴 계획이다.
메리츠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그간 노력을 기울였던 전통 IB 부문 강화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올해 초 전통 IB를 담당하는 기업금융본부를 신설하면서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을 영입한 행보가 이를 뒷받침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전통 IB맨으로 불리는 NH투자증권 정영채 전 대표다. 정 전 대표는 지난 1월부터 메리츠증권 상임고문을 맡게 됐다. NH증권 신디케이션 본부장 출신인 송창하 전무도 비슷한 시기에 메리츠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화전기 BW 불공정거래 의혹 변수
![메리츠증권. [그래픽=황민우 기자]](https://cdn.tleaves.co.kr/news/photo/202509/8068_14756_3926.jpg)
당국의 취지에 부합하게 메리츠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에 주력할 예정이다. 벤처‧혁신기업에 공급되는 모험자본이 많아지면 장기적으로 IB 부문 성장에도 긍정적이다. 투자를 받아 기업공개(IPO)할 신규 기업들이 많아질 수 있어서다.
강화해 오고 있던 리테일 부문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메리츠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부동산에서 벗어난 수익 포트폴리오를 굳히겠다는 방침이다.
메리츠증권은 주식 거래 수수료를 없앤 전략으로 리테일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비대면 전용 투자 계좌 ‘슈퍼(Super)365’에서 메리츠증권은 내년 말까지 수수료 완전 무료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실제로 메리츠증권이 주식 거래 전 과정에서 발생되는 모든 비용을 지는 셈이다. 연간 추가 손실만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예상되지만 메리츠증권은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고객 확보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최근 발행어음 인가 심사 재개한 당국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관련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은 발행어음 사업 인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1년 이화전기가 발행한 BW에 투자했다. 이그룹 계열사 3곳(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 등)은 무담보 BW를 발행했다고 공시했지만 검찰은 거짓 공시를 했다고 봤다. 또한 메리츠증권은 미공개 정보로 당시 보유하고 있었던 이화전기 주식 400억원 규모를 매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검찰이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드러난 혐의는 없는 상황이다. 해당 의혹이 발행어음 사업 심사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메리츠증권 등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들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심사 중단을 요청했지만 금융위원회는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검찰이 압수수색하고 수사도 1년 가까이하고 있는데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서 수사를 끌고 가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임서우 기자 dlatjdn@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