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배양육 스타트업 ‘보우(Vow)’가 자사 제품인 배양 메추라기에 대해 호주 식품당국의 공식 승인을 받으며, 호주에서 처음으로 배양육이 상업적으로 유통된다. 이는 세계적으로 배양육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호주가 식품 산업의 미래에 대한 ‘실험장’ 역할을 자처하며 혁신을 수용한 첫 사례로 주목된다.
보우(Vow)는 2024년 4월, 호주뉴질랜드식품기준청(FSANZ)으로부터 배양 메추라기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마치고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후 호주 식품장관회의(Food Ministers’ Meeting)에서 최종 검토와 수용이 이뤄지며 규제 절차가 완료됐다. 이에 따라 보우(Vow)는 수주 내로 자사 배양 메추라기 제품을 시드니, 멜버른 등의 레스토랑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보우(Vow)는 이미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배양 메추라기에 대한 규제 승인을 받았고, 2024년에는 홍콩에 배양 푸아그라를 출시하며 아시아 시장에서의 상업적 진출도 병행해왔다. 특히 홍콩은 독자적인 신식품 규제체계를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싱가포르의 승인 사례를 근거로 유통을 허용해, 국제적 협력을 통한 규제 우회 모델로 주목받았다.
이 같은 행보는 배양육 상업화에 있어 가장 난제로 꼽히는 ‘규제 장벽’을 넘어선 첫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보우(Vow)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대규모 생산 역량까지 확보했다. 회사는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인 2만 리터급 식품 등급 세포배양 반응기를 운영 중이며, 2025년 말까지 수확당 900kg, 월간 1만 800kg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월 2만 kg 이상 생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는 역사상 최대 규모인 538kg의 배양육을 한 번에 수확했고, 이후 일주일 만에 818kg의 메추라기를 다수 수확을 통해 생산한 바 있다.
조지 페포우(George Peppou) 보우(Vow) CEO는 “호주는 호기심 많고 창의적인 식문화를 가진 국가”라며 “기존 고기의 대체재가 아닌, 배양기술로만 가능해진 완전히 새로운 고기 카테고리를 시장에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국가들이 규제 불확실성에 머무는 동안 호주는 이를 실현 가능성 있는 혁신으로 수용했고, 소비자 역시 이를 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양육은 동물 도축 없이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든 단백질원으로, 지속 가능성과 동물복지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 국가에서는 ‘신식품’에 대한 명확한 규제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상업화가 지연되고 있다. 미국과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규제 승인을 획득한 사례도 드물다. 따라서 이번 호주의 사례는 전 세계 식품 산업계에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배양육이 고급 레스토랑 중심의 ‘프리미엄’ 식재료에 한정돼 있고, 대중적 접근성은 아직 미흡하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장기적인 생산비 절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실질적 대중화는 요원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보우(Vow)는 “기술 고도화와 생산 효율화가 병행되면, 향후 수년 내에 소매시장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배양육은 기후 위기 대응, 식량 안보, 윤리적 소비라는 세 가지 축에서 식품 산업의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대안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제도적 뒷받침과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호주의 사례는 그 첫걸음을 증명한 셈이며, 앞으로 각국의 후속 조치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