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변요한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2%대로 출발한 시청률은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8%대까지 치솟았으며, 주연으로 열연을 펼쳤던 변요한은 연말에 진행될 ‘2024 MBC 연기대상’의 대상으로까지 점쳐지고 있으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방송 직후 탄탄한 작품성에 힘입으며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 속에서 막을 내릴 수 있었다. 변요한은 “입소문 났다는 말이 저에게도 들려왔다”고 말하며 “사람들이 저희들(스테프)의 노고를 알아주신 거 같았다. 같이 보면서 함께 추측하고, 수사를 하는가 하면, 같이 마음 아파하고 계시고, 미워하는 걸 봤다. 여러 가지 레이어가 많은 작품인데 ‘함께 느끼고 있구나’를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초반 아무런 정보가 없는 가운데, 주인공인 ‘고정우’가 억울한 누명을 ?는지, 아니면 진짜 범인이었을지, 의문을 남기는 것도 변요한이 연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점으로 작용했다. “첫 단추가 중요했었다”고 말한 변요한은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장르적 특성을 살라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렸다.
변요한은 인터뷰 내내 변영주 감독을 향한 굳은 신뢰는 물론이고, 작업 과정과 결과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첫 드라마임에도 변영주 감독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성향은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작품에 대한 퀄리티는 놓치지 않았다고.
“변영주 감독님은 아이덴티티가 굉장히 뚜렷하게 서 있기에 존재감만으로도 대단한 리더라고 느꼈어요. 배우에게 엄청난 큰 확신을 주었죠. 사실 현장에서 꼿꼿하게 서 있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감독님은 터프하면서도 섬세하셨어요. 터프하다고 해서 와일드하고 거친 것이 아닌, ‘시원시원’에 더 가까웠죠. 촬영하면서 저도 처음 느껴본 에너지였던 것 같아요. 스페셜한 분이시기에,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변요한은 촬영 중 풍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다양한 애드리브를 시도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애드리브에 강한 변요한이지만, 이번 작품에서 만큼은 캐릭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고정우라는 인물은 힘이 없는 인물이에요. 목소리를 내도 다 무시당했죠. 이야기를 했을 때 ‘주고 받아야지’가 있어야 하는데, 고정우의 경우 말을 해도 다 안 믿잖아요. 심지어 말할 기회도 안 줬죠. 드라마를 보시면 9화 이후부터 고정우는 말이 없어져요. 연기를 하면서 그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떠한 의견도 내지 않았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주인공에게 ‘몰빵’을 해서 권선징악을 해결하고, 사이다도 주는 캐릭터가 아니라,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강했어요. 연기하게 까다롭고 외로운 캐릭터였죠. ‘잿빛 인생’ 같았어요. 연기를 하는 내내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인물에 가까웠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는 ‘진짜’를 알고 싶은 욕망이 있지 않았을까도 생각했죠.”
변요한은 자신이 연기한 ‘고정우’라는 인물에 대해 “친구를 좋아할, 아니 친구가 없으면 못 사는 나이에 사건을 당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아예 없어진 거다. 정우의 우정은 19살에 멈춘 것이 너무 슬프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우정이 있는데, 정우의 시간이 19살에 멈춘 것이 너무 슬펐어요. 세상을 못 만난 것도 안타깝지만, 우정이라는 것이 없어졌다는 것 또한 고정우를 연기하는 저에게 큰 어려움이기도 했죠. 그래서 고정우가 복역하고 나왔을 때 ‘죄’를 찾는 것보다 보영이와 다은이를 정말 찾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그 마음으로 연기했습니다. ”
고정우는 힘든 시간을 보낸 끝에 누명을 벗고 또 다른 일상을 맞이하게 된다. 무죄 판결 이후 고정우가 어떻게 살았을까에 대한 질문에 변요한은 “보통의 삶을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평범하게 슬퍼하고 기뻐하고, 주변을 경계하지 않고.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 작품들은 도전이었고 배울 것도 많고, 남는 것도 있는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여운이 남는 만큼, 캐릭터를 향한 걱정도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걱정과 동시에 믿음도 있어요. 일단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백설공주와의 죽음을’ 속 인상깊었던 부분 중 하나가 노상철을 현기했던 고준과의 케미였다. 일각에서는 극중 유일한 로맨스이자, 올해 MBC 연기대상의 유력한 ‘베스트 커플상’ 후보라고 말하기도.
“저희는 다 진지했어요. 고준 형님께서 너무 잘 해주셨죠. 극중에서 너무 멋있게 저(고정우)를 지켜주셨고, 그래서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그런 포지션을 정말 잘 해주신 거 같아요. 종방연 때 마지막회를 같이 봤는데, 실제로 둘의 눈빛이 세기도 하고, 서로 껴안더라고요. 연기 적으로 울림이 있는 신이었죠. 처음으로 먼저 용기내서 포옹을 하고, 그렇게 오랫동안 정우를 지켜본 형사가 결국 마지막에 했던 ‘보통의 삶을 살라’는 말은 그동안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이지 않나 싶어요. 보통의 감정 보통의 삶, 그 말이 너무 좋아서 그 대사를 만들어주신 작가님과 감독님께 감사드려요. ‘베스트 커플상’을 받게 된다면요? 좋아요. 만약 상을 받는다면 그만큼 서로에게 의지했다는 거니 너무 좋아요. ㅍ상이라는 것이 받으면 에디튜드가 달라지잖아요. 퍼포먼스가 나올 수도 있을거 같아요. 만약 베스트커플상을 받게된다면 ‘라라랜드’라도 하겠습니다. 하하.”
베스트커플상과 함게 변요한은 MBC 연기대상의 유력한 연기대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대상 욕심은 없냐는 질문에 변요한은 “받으면 좋다”고 활짝 웃었다.
“받으면 안 좋은 건 없는 거 같아요. 무엇보다 저는 그런 마음이 든다. 이우제 배우나 이가섭 배우나, 연기를 그만하려고 했다가 이 작품을 만나고, 자기의 모든 살아왔던 본질과 마찰을 시켜서 연기했던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누가 받던지간에 저희 작품이 받는 상이니, 대상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상을 받는다면 좋을 거 같아요. (웃음)”
고정우를 향한 변요한의 애정이 깊은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자신이 연기한 고정우를 통해 약한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던 바람이 있었던 것이다.
“대본을 읽고 나서 우연히 사법 피해자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TV를 끄는 순간 그 사람은 내가 외면하는 사람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한 번 더 봤어요. 약한 자들은 목소리를 내기 어렵잖아요. 내봤자 고정우처럼 무시당하기 일쑤고요. 연기해보니 그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겠더라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사명 중 하나이기는 한데 저의 연기가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를 줄 수 있으면 싶어요. 저의 연기를 통해 ‘이런 일도 있어요’를 알린다면, 누군가는 그러한 어려움을 보게 되지 않을까하는 거죠. 작은 무엇이라도 그 힘듦을 대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작품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2024년의 변요한에게 있어 무척이나 특별하다. 코로나 펜데믹의 여파로 개봉이 미뤄지며 몇 년 간 빛을 보지 못햇던 영화 ‘그녀가 죽었다’가 개봉됐으며,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삼식이 삼촌’도 공개됐고,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까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올해는 어떤 해로 남을 것 같으냐”라는 질문에 변요한은 “정말 특별한 해이자 감사한 한 해”라고 답했다.
“저희 가족도 그렇고 다들 활동을 왜 이렇게 많이 하냐고 하더라고요. (웃음) 작품이 세상에 나온다는 것이 굉장히 귀한 거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특별함과 부족함도 여실히 느낀 해이기도 했죠. 올해 느낀 부족함은 보완하고, 좋은 모습과 좋은 감정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러한 부분에 있어 ‘공부 열심히 하네’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앞으로 저에게 주어진 과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변요한은 곧 40대를 앞두고 있다. 30대를 넘어 ‘40살’이 되기만을 기다고 있다는 변요한은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매일을 기다리며 앞으로 달려나갈 의욕이 가득하다.
“저는 40대가 되는 것이 너무 기대돼요, 궁금하기도 하고요. 20대를 지나 30대까지 정말 잘 즐겼던 거 같아요. 40이 되면 뭐가 달라질지 궁금하고, 이를 위해 정리 정돈을 하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40대가 다가오면 조금 더 다른 것이 열릴 거 같아 기대가 됩니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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