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톡톡] 발전할 수 없는 발전소

[ 환경일보 ] / 기사승인 : 2024-05-07 08:25:00 기사원문
  • -
  • +
  • 인쇄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배장민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배장민



[환경일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선을 타고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송전계통에서의 송전선은 154kV~765kV 수준에 이르는 전압을 지탱할 수 있는 송전선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송전계통은 한국전쟁 휴전 이후인 1960년대 이후부터 짧은 기간 동안 급격히 성장했다.



우리나라 송전계통 실정



송전선 역시 오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리적, 화학적으로 노후화가 진행된다. 한국전력이 전국에 있는 송전망을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교체, 보강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송전망을 전압에 맞춰 보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리적으로도 산이 많고 석탄화력발전 및 원자력발전이 기저 전원인 우리나라의 경우 바닷가에서부터 내륙까지 송전선을 잇는 것은 철탑 공사 시행 및 지역주민과의 갈등 등 제약조건이 많았다. 더군다나 송전사업자인 한국전력의 부채로 인해 송전계통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한국전력의 민영화와 관련해 송전 분야에서 부분적인 민영화를 시행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생산한 전기를 전달할 수 없다: 송전용량의 제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정부 차원에서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를 우선 구매하는 방안을 시행하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신재생에너지가 전력계통으로 유입되면서 석탄화력, 원자력발전 등 기존 발전원들의 운영이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강원도의 상황은 뉴스에서 말하는 출력제한과는 다른 형태이다.



이는 두 가지를 근거로 말할 수 있는데, 첫째는 기존 에너지 발전원인 석탄화력발전소끼리의 출력제한이 발생한 것이다. 제주나 전남의 경우는 신재생에너지의 예측 변동성으로 인한 출력제한, 특히 태양광발전기의 출력제한이 주로 발생했다. 반면, 강원도의 경우 신재생에너지의 출력제한이 아닌 석탄화력발전소 간의 출력제한이 발생한 것이다.



둘째는 발전사와 수용자가 모두 전기에너지를 원하지만, 이를 이을 송전선의 용량 한계로 인한 출력제한인 점이다. 강원 지역의 송전설비 규모는 11GW의 규모이다. 하지만, 강원 지역 발전설비 규모는 약 14.5GW로, 설령 모든 발전소에서 최대의 출력을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송전계통이 버틸 수 없다. 올해 1.4GW급의 신한울 원전 2호기가 상업운전 되고 다른 석탄화력발전소까지 세워지면 총 설비용량이 17~18GW 규모로 커진다.



발전기 역시 기계인지라 유지·보수 그리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쉬지 않고 100%의 설비용량으로만 운전할 수 없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발전 용량을 제외하고도 풍력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원의 유입 등 송전계통이 감당할 수 없는 큰 규모의 발전 용량이 강원지역에 들어선다.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어도 보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몇몇 발전기는 가동을 중지해야 한다. 그리고 중지하는 기준은 당연히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765kV 송전라인 /사진=배장민
765kV 송전라인 /사진=배장민




더 큰 문제는 원자력발전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현재까지는 석탄화력발전사의 가격 경쟁으로, 가격 측면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낼 수 없었지만 생산 단가가 약 3배 정도 차이 나는 원자력발전소와의 경쟁에서 석탄화력발전소는 질 수밖에 없다. 2011년 대규모 순환 정전 이후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대한 인식이 뚜렷해지면서 전력수급계획을 작성하고 시행했지만, 발전량의 증대에 비해 송전 규모 확장이 더디어 민간기업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신한울 원전 2호기가 지난 4월 5일부로 상업 운전을 진행 중이며, 원전 운전 이후의 석탄화력발전소 적자규모 폭의 변동을 바라보면 이 상황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발전소를 지어놨지만, 전기를 생산할 수 없는 발전소가 돼 버린 것이다.



전력계통, 나무 아닌 숲을 봐야 할 때



전기는 발전소에서 만들어져서 공장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데까지 물리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리고 그 물리적인 연결은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 낸 가장 복잡한 비선형적(non-linear) 연결이다. 전기에너지는 반짝 관심 있고 사라질 에너지가 아니며, 현재는 물론 미래의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도 꼭 필요한 에너지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효율성과 경제성을 모두 챙기려면 이제는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할 때이다.



현재까지도 전 세계의 흐름이 에너지의 ‘발전’ 과정에 치우쳐 있다고 보이며, 이와 동시에 효율적인 ‘송전’, 그리고 안전한 ‘배전’까지도 나아가야 향후 우리나라의 전력산업과 기술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북쪽으로는 횡단할 수 없는 섬과 같은 우리나라의 지리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미국과 유럽의 여러 국가와는 다른 상황임을 인지하고, 우리나라의 특징에 맞는 송전계통을 그려야 할 때가 아닐까?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산업을 책임지는 정부와 기업들은 ‘발전할 수 없는 발전기’의 의미를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배장민 baejjirimath@naver.com>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