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제주관광 '숫자 놀이'에서 벗어나야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06-11 00:32:27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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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였지만, 관광소비의 체감 효과는 여전히 낮다. 관광객은 회복됐지만, 여전히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사진=국제뉴스 제주본부 DB]
지난 3년간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였지만, 관광소비의 체감 효과는 여전히 낮다. 관광객은 회복됐지만, 여전히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사진=국제뉴스 제주본부 DB]

(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제주관광이 양적 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방문객 수에만 집중하는 기존 인센티브 정책은 지역경제의 실질적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관광의 질적 가치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미흡하다.

코로나19 회복세와 함께 되돌아온 '숫자 놀이'에서 벗어나, 진정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때다.

지난 3년간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였지만, 관광소비의 체감 효과는 여전히 낮다. 관광객은 회복됐지만, 여전히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5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월 8만 명을 기록했지만, 1인당 지출은 하루 72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동남아시아 주요 관광지인 태국(120달러), 싱가포르(180달러)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내국인 관광객 감소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0% 가까이 줄어든 내국인 관광객들은 "제주 물가가 너무 비싸다"며 발길을 돌리고 있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의 한 음식점 사장은 "관광객은 많이 오는데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며 "단체관광객들은 패키지 포함 식당에서만 식사하고, 개별관광객들도 예전보다 지출을 줄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 제주도, 탐나는전 현장지급 인센티브 개편안 근본 해법인가?

이에 제주도가 10일 탐나는 전 공항 현장 지급이라는 인센티브 개편안을 내놓았다. 과연 근본 해법일까?

기존에는 사전 신청을 통해 지급하던 것을 공항에서 즉시 받을 수 있도록 바꿔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을 둘러싼 현장의 시선은 차갑다.

이정엽 제주도의원은 어제 열린 제439회 정례회 1차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세계 관광의 흐름은 개별화·고급화·전문화인데, 우리는 여전히 '버스 몇 대' 중심의 구시대 전략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센티브가 대형 숙박업소와 여행사에 집중돼 중소 관광업체와 체험 프로그램은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을 알렸다.

이 의원의 지적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다. 제주 관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단체관광은 여전히 획일화된 코스를 따라 움직인다. 관광업계 종사자들 역시 같은 목소리를 낸다. 단체관광 의존도가 높을수록 지역 전체에 고르게 퍼지는 관광 효과는 떨어진다"며 "특정 업체와 지역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인정했다.

# 제주관광 양적 성장 넘어선 질적 전환 선택 아닌 필수…인센티브 정책 방문 아닌 품질 중심으로 재편돼야

그렇다면 지표부터 바꿔야 한다. 양적 성장을 넘어선 '질적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다시 말해 단순히 몇 명이 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의미 있는 경험을 했느냐를 측정해야 한다.

실제로 유럽의 주요 관광도시들은 이미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관광객 수 자체를 제한하는 대신 고부가가치 관광 콘텐츠를 늘려 1인당 지출액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도 비슷한 접근을 통해 관광 품질을 높이고 있다.

인센티브 정책도 단순 방문이 아닌 '경험과 품질'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의 탐나는전처럼 무조건적 지원보다는, 지역 문화 체험이나 친환경 관광 활동에 참여할 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 제주 지속가능한 질적 관광모델 만들어야…제주관광 패러다임 전환 생존 전략

이제는 "사람은 오는데 지갑은 닫힌다"는 탄식을 멈출 때다. 제주가 진정한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문화, 생태, 커뮤니티 기반 콘텐츠를 발굴하고, 그 안에서 지속가능한 질적 관광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감귤농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현모씨(여·45)는 "요즘 젊은 관광객들은 단순히 보는 것보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걸 좋아한다"며 "이런 수요를 제대로 살리면 단가도 높이고 재방문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주관광의 패러다임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관광객 몇 명이 왔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제주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느냐가 진짜 성공 지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주가 단순한 '스쳐 지나가는 여행지'가 아닌 '다시 찾고 싶은 특별한 곳'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민영뉴스통신사 국제뉴스/startto241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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