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전환, 공공 주도 없이 속도 안 나”

[ 환경일보 ] / 기사승인 : 2025-12-10 17:29:5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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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추진 중인 공공재생에너지법의 필요성과 방향을 점검하는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제공=공공재생에너지 포럼
국회에서 추진 중인 공공재생에너지법의 필요성과 방향을 점검하는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제공=공공재생에너지 포럼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국회에서 추진 중인 공공재생에너지법의 필요성과 방향을 점검하는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민간 중심 구조로 누적된 갈등과 비용 부담, 지역·노동 전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할지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한층 구체화될 전망이다.



공공재생에너지포럼은 9일 국회 ‘내일의 공공과 에너지 노동을 생각하는 의원모임’, 더불어민주당 김주영·박해철·이용우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 공공재생에너지연대와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공공재생에너지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현재 국회에서 발의를 준비 중인 공공재생에너지법의 입법 취지와 사회적 필요성, 제도의 실효성 확보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민간 중심 재생에너지 구조 한계 지적



발제를 맡은 한재각 공공재생에너지연대 집행위원은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이 민간 중심 개발 구조로 형성되면서 갈등과 사업 지연, 수익 편중 문제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국가·지자체·공공기관·협동조합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공협력 모델, 이른바 PCP 모델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덕현 법무법인여는 변호사는 법안의 법적 구조와 공공 책임 명문화 필요성을 설명하며 공공재생에너지법이 선언적 규범이 아니라 강행 규범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에 나선 노유근 전력연맹 정책실장은 법안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보완 방향을 제시했다.



노 실장은 공공재생에너지법에 공공의 이행 주체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발전산업에서 발전공기업을 중심 이행주체로 명시해야 하며 단순 발전을 넘어 송전·계통·판매까지 공공성이 확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현재 발의를 준비 중인 법안 내용도 공개됐다. 국민동의청원으로 출발한 공공재생에너지법은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이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수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발전 주체로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 초안이 공공기관·공기업·지자체 출자기관·협동조합만을 발전 주체로 규정했던 것과 달리, 국가와 지자체가 직접 발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범위가 확대됐다.



또한 재생에너지 개발 이익이 모든 국민에게 고르게 배분돼야 한다는 원칙과 공적투자·공적소유·공공협력 책임 조항도 신설됐다.



법안은 지자체 역할도 대폭 강화했다. 기존 지역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에서 ‘수립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으로 전환된다. 공공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간 공공협력 책무도 새롭게 도입돼 지자체와 협동조합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한전산업개발본부지부장은 “다단계 하청구조 하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 시행돼도 이들이 소외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진=환경일보DB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한전산업개발본부지부장은 “다단계 하청구조 하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 시행돼도 이들이 소외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진=환경일보DB




“해고 없는 총고용 보장 필요” 노동계 요구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한전산업개발본부지부장은 “다단계 하청구조 하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 시행돼도 이들이 소외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발전비정규직을 포함한 해고 없는 총고용 보장을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 원칙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상진 공공노련 한국남동발전노조 사무처장은 민간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 구조를 지적하며 정부와 발전공기업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유근 전력연맹 정책실장은 해상풍력 사업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공공 주도 명확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노 실장은 “해상풍력은 대규모 자본과 고도 기술, 계통 연계가 필수적인 국가전략사업”이라며 “200메가와트 이상을 운영하는 발전공기업이 공공재생에너지의 명확한 중심축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재각 집행위원은 석탄발전소 폐쇄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2025년 태안 1호기를 시작으로 2037년부터 2038년까지 38기 석탄발전소가 순차적으로 폐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최소 2000명 이상 해고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 자회사 약 1만1000명의 고용이 지역경제와 직결돼 있어 구조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민간 주도 구조에서는 비용 부담과 전환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공공이 직접 투자하고 공공재생에너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 주도 없이는 비용·속도·고용 모두 한계”



한재각 집행위원은 민간 투자 방식의 비용 구조도 지적했다. 그는 “민간이 해상풍력에 투자할 경우 자기자본 수익률과 금융비용이 더해져 1기가와트 기준 연간 약 198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이 비용은 결국 전기요금으로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시장 의존 구조가 아닌 공공 중심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헌석 공공재생에너지포럼 운영위원은 공공성 기준을 법안에 명확히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공공 주도 사업이라도 해외 자본이 지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공공성 판단 기준과 지분 구조 공개 의무 도입을 제안했다.



장동빈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정책실장은 협동조합의 현실적 제약을 지적하며 “부지 접근, 계통 병목, 자본 조달 문제가 구조적으로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협동조합의 법적 지위와 역할을 법안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가영 프레시안 기자는 현장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이 종종 이익 중심 구조로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손 기자는 “공공재생에너지법은 덜 가진 시민을 위한 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전환 재원 확보와 노동·지역 전환 보장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화 기후에너지환경부 재생에너지정책과 서기관은 정부 입장을 밝혔다. 조 서기관은 공공성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전력계통 안정성과 재정 여건, 단계적 추진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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