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데일리 김규훈 기자] 중국이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상풍력 누적 설비용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미국은 정책 전환과 공급망 분리 움직임으로 인해 해상풍력 개발 차질과 투자 위축을 겪으며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입지에 놓이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감안할 때 2025년 말까지 전 세계 신규 해상풍력 설비용량은 16GW에 달할 전망이며, 이 가운데 3분의 2가 중국에서 개발된다. 리스타드는 “2030년이 되면 중국의 해상풍력 누적 용량이 전 세계의 45%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하며, 정책 방향과 무관하게 미국이 장기적으로 중국과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렉산더 플뢰트레 리스타드 에너지 수석부사장은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는 이미 승인된 프로젝트조차 지연시키고 있으며, 유럽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중국 공급망 분리가 추진되더라도 오히려 중국의 글로벌 재생에너지 리더십이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영향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현재 미국 재생에너지 투자는 전년 대비 36% 감소했으며, 자본은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스테드(Ørsted)의 로드아일랜드 해상풍력과 에퀴노르(Equinor)의 뉴욕 프로젝트가 중단 명령을 받는 등 미국 현지 기업들은 불확실성과 법적 분쟁에 직면했다. 반면 중국 국영기업 CNOOC는 1.5GW 규모 하이난 CZ7 프로젝트를 비롯해 대규모 해상풍력 투자를 확대하며 2030년 이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OEM(원제조사)들도 중국과의 복잡한 관계에서 자유롭지 않다. 리스타드 분석에 따르면 서구 풍력터빈 핵심 부품 생산 공장의 25%가 여전히 중국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드레아 스카솔라 리스타드 에너지 부사장은 “유럽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비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제조 역량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글로벌 투자 지형을 흔드는 가운데, 중국은 빠른 속도로 세계 해상풍력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향후 재생에너지 패권 구도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