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산업 어업이 해양 생태계에서 중요한 영양소를 제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어업이 단순히 어류 개체 수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바다 전체의 영양순환과 생태계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유타주립대(Utah State University)의 아드리안 곤잘레스 오르티즈(Adrian Gonzalez Ortiz) 연구팀은 국제 해양 연구 네트워크인 'Sea Around Us'와 함께 어획 대상 어종의 화학 성분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해양 생물은 몸속에 탄소, 질소, 인과 같은 주요 영양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이들이 대규모로 포획되면 바다에서 이들 영양소가 함께 사라진다.
어업은 수요와 편의성에 따라 특정 어종을 집중적으로 잡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표적 어획은 해양 먹이사슬의 균형을 흔들고, 장기적으로 해양 생산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중간 크기의 포식 어종이 특히 많은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줄어들면 상위 포식자에게 필요한 영양 공급도 함께 감소한다.
유타주립대 트리샤 B. 앳우드(Trisha B. Atwood) 교수는 "중간 포식 어류는 탄소와 질소, 인을 다른 종보다 많이 저장한다"며 "이들이 줄어들면 해양 생태계 기능은 물론 향후 어획량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수백 개 어획 지점을 분석했으며, 특히 동남아시아 해역에서 지난 수십 년간 눈에 띄는 영양소 고갈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어획량이 줄면서 영양소 손실도 감소했지만, 이로 인해 어선이 다른 해역으로 이동하며 새로운 지역에서의 영향이 커지는 양상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해양 영양소의 손실이 바다 전체 생산성과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어업 관리 기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어획량(톤수)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어종별 영양소 구성까지 고려한 종합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남획을 줄이고 특정 어종에 대한 계절별 금어기를 도입하는 등 지역 맞춤형 관리 방안을 통해 해양 생태계의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 저널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